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신흥국판 세계은행인 브릭스개발은행을 설립한다. 이들은 회원국의 외환위기에 대비해 외환보유 풀(pool)도 구성하는 등 금융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브릭스 정상들은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남아공 더반에서 제5차 브릭스정상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을 비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참석했다.

◆세계금융질서 바꾼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은 브릭스개발은행의 설립과 외환보유 풀의 구성이다. 자본금 500억달러로 출범하게 될 브릭스개발은행은 저개발국가에 개발자금을 빌려주고 금융위기에 처한 나라(비회원국 포함)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하는 것이어서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브릭스개발은행은 또 브릭스 회원국 간 상호 결제와 대출 업무를 간소화함으로써 상호 무역을 촉진하고 달러 및 유로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류구이진(劉貴今) 중국 아프리카사무특별대표는 “브릭스개발은행이 만들어지면 브릭스 국가들은 서구 중심의 경제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힘으로 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또 각국이 외환보유액 중 일정 금액을 출자해 외환보유 풀을 구성할 방침이다. 브릭스 5개국은 총 4조4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브릭스 정치세력화

브릭스국가들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대륙별로 흩어져 있지만 역내 국가들보다 더 강력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싱크탱크위원회와 기업위원회 등도 설립할 예정이다. 싱크탱크위원회는 브릭스 국가들의 정치적 목적과 미래 과제, 그리고 상호 간 이익조정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신경보가 전했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브릭스개발은행의 설립이 확정되면 브릭스 국가들이 정치세력으로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의 세(勢) 불리기도 주목받고 있다. 브릭스국가는 이번 회의에 19개국의 아프리카 정상을 초청, 브릭스와 아프리카 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집트는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 가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 브릭스

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대 신흥국을 뜻하는 ‘BRICs’에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포함시킨 용어.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이 2001년 고속성장을 하던 4개국의 머리글자를 따 ‘BRICs’ 용어를 만들었다. 4개국은 2009년부터 매년 정상회의를 열고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입하면서 5개국인 ‘BRICS’로 바뀌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