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비추고 다음 날 없어지는 것은? 태어날 때에는 열병과 같이 뜨겁지만 죽을 때에는 차가워지는 것은?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은?”

수지오페라단이 오는 29~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리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고대 중국의 아름다운 공주인 투란도트는 구혼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답을 모두 맞히면 그녀와 결혼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조국을 잃고 떠도는 칼라프 왕자는 사형 집행을 명령하는 투란도트에게 첫눈에 반해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와 시녀 류는 만류하지만 칼라프는 투란도트를 부르며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칼라프는 문제의 정답을 모두 맞혔지만 투란도트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투란도트는 할머니 로린 공주가 이방인 사내에게 겁탈당하고 죽은 원한을 풀기 위해 이방인 청혼자들을 모두 죽이고 있었다.

결혼할 수 없다고 저항하는 투란도트에게 칼라프는 “동이 트기 전에 내 이름을 알아낸다면 자유롭게 해주겠다”며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른다. 투란도트는 이름을 알아내려고 류와 티무르를 고문한다. 칼라프를 사랑했던 류는 자결을 선택한다. 류의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투란도트가 칼라프와 결혼하며 오페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수지오페라단의 이번 공연에는 주연, 조연을 비롯해 합창단 연기자 오케스트라까지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원된다. 중국 전통 곡예와 마임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소프라노 이리나 고르데이와 안나 샤파진스카이아가 투란도트를 맡았다. 둘 다 투란도트 전문 배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테너 발터 프라카로, 프란체스코 아닐레가 칼라프로 열연한다.

샤파진스카이아는 공연을 앞두고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란도트의 한 발은 과거에, 한 발은 미래에 있다. 유럽 오페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수많은 변화의 물결을 이끈 작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웃음을 원한다면 궁궐의 대신인 핑, 퐁, 팡의 아리아를 주의 깊게 들어주세요. 비극을 좋아한다면 류의 아리아를, 로맨스에 관심이 있다면 칼라프의 아리아를, 영웅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각각의 인물과 아리아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부 놓쳐서는 안 될 겁니다(웃음).”

참고로 덧붙이자면, 세 가지 수수께끼의 정답은 순서대로 희망, 피, 투란도트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23만원. (02)542-0355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