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세 차례 기획시리즈를 통해 ‘삼성판 강소기업의 비밀’을 파헤쳤다. 삼성전자는 이런 14개 글로벌 강소기업들을 2015년까지 50개 육성하겠다는 목표라고 한다. 대·중소기업 관계를 늘 부정적이고 적대적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지는 순간이다.

놀라운 사실은 강소 협력사들의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비상장 3개사를 제외한 11개사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12.3%였다. 5~6%인 국내 대기업보다 훨씬 높다. 원청업체인 삼성전자보다 돈을 더 잘 버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유진테크는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의 갑절 이상인 31.8%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납품하는 솔브레인(17.2%)과 이오테크닉스(15.5%)도 삼성전자가 부럽지 않다. 11개사를 분야별로 봐도 삼성전자의 해당 사업부보다 수익성이 좋다.

통념을 깬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스피커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부전전자의 이석순 사장은 핀란드 노키아의 일방적 주문 취소로 1000억원 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은 한푼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반면 22년간 거래한 삼성전자는 부품을 발주한 뒤 번복하는 일도 없고 혹여 주문을 취소하면 반드시 보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업체들이 월 1회 마감에 한 달 내 돈을 주는데 비해 삼성은 주 1회 마감에 열흘 내 현금을 지급한다고도 했다. 외국 대기업은 공정하고 국내 대기업은 횡포나 일삼는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정반대다. 한때 애플을 찬양하던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조차 지금은 “삼성전자는 ‘해외 유명 경쟁사’와 달리 이면계약,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협력사를 괴롭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을 질주하자 그 협력사들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세계 1등이 되면 그 협력사들도 세계 1등이 된다. 이게 바로 진짜 동반성장이요, 진짜 대·중기 생태계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착취자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치권도 정부도 대기업을 때려잡기 바쁘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을 강조한다. 먼저 이들 강소기업부터 방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