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사진)이 해임됐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 해임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

◆여야 공조로 해임안 가결

이날 이사회에서 방문진 전체 이사 9명 가운데 5명이 해임안에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다. 방문진이 MBC 사장 해임을 결의한 것은 1988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해임안을 통과시킨 사유는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 침해, 운영제도 위반 및 공적책임 방기,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성실 의무 위반,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MBC의 공적 지배제도 훼손 등이다. 지난 22일 김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발표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다음날 여야 추천 이사 6명 명의로 해임안을 발의했다.

김 사장은 이날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이사회에 출석, “관리지침 절차 위배를 인정한다”고 사과했지만 해임 결정을 막지 못했다. 김 사장이 인사 내정자 발표 전에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을 만나 인사 명단을 전달한 것도 사전협의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여당 추천 이사 3명을 포함해 6명이 김 사장 해임결의안을 냈던 것과 달리 이날 이사회에서는 해임에 대한 찬반이 팽팽했다. 찬성과 반대가 5 대 4여서 여권 추천 이사 중 한 명만 더 반대했으면 부결될 수도 있었다.

◆MBC의 앞날은

김 사장이 해임되면서 MBC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MBC 경쟁력 강화와 사내 갈등 봉합이다. 김 사장 취임 이후 MBC는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회사 경쟁력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70일간의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MBC 평균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1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극심한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김 사장 해임이 MBC 정상화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이번 해임 결의를 MBC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권 역시 원칙론에는 찬성하지만 실제로 후임 사장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방문진은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장 공모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통상 방문진은 7~10일 동안 지원자를 공모한 후 지원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서 등 서류심사를 거쳐 3배수 정도로 후보를 압축한다. 이후 후보 면접심사를 벌인 뒤 이사회 투표로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면 MBC 주총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확정해 왔다.

MBC 안팎에서 후임으로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황희만 전 MBC 부사장,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구영회 전 MBC미술센터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김재철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