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정용진·정지선…정치 입김에 기업경영 위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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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툭하면 총수 국회 출석 요구, 불참하면 줄줄이 재판
국감·청문회 불출석 혐의…약식기소 후 정식 재판
"해외출장" 선처 호소해도 벌금 700만·400만원 구형
국감·청문회 불출석 혐의…약식기소 후 정식 재판
"해외출장" 선처 호소해도 벌금 700만·400만원 구형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 해외 출장이 불가피했다. 선처해달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6일 법정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법원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겨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소병석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정용진 부회장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정상을 참작해 주기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경영인으로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책임도 무겁다”며 “회사 업무로 해외 출장이 불가피했고 사유서를 내고 다른 임원이 대신 증언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약식명령 청구 때와 같은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30분 뒤 성수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정지선 회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인데 부득이하게 불출석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요구가 있으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한다. 회사의 중대한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 출장이라 부득이 다녀온 만큼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정 회장에게도 약식명령 때와 같은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다음달 11일 정 회장, 18일 정 부회장에게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작년 10~11월 정 부회장과 정 회장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감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오지 않자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정식 재판에 넘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같은 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해당 기업들도 이날 총수가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나가지 못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해외 출장과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기업 오너들의 해외 출장은 일반적으로 3~6개월 전에 일정이 잡히고, 방문국의 최고위 관료와 협력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일이 많아 갑작스러운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국회는 작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이 열리기 2주 전 주요 유통기업 오너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계는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인들을 국감장으로 불러내 윽박지르는 등 죄인 취급하는 듯한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국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르는 모습 자체가 잘잘못과 관계없이 죄인처럼 비쳐진다”며 “꼭 필요하지 않다면 기업인의 국회 소환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지는 게 두려워 일부 총수들이 등기 임원을 맡지 않으려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상무)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유전유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에 한국식 오너경영의 강점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는 무리한 정치권 개입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생산직 근로자 400여명 희망퇴직 발표를 계기로 노조의 총파업과 크레인 고공농성, 희망버스 등장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제1야당 대표가 2011년 7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정치권의 개입이 잇따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2011년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불려갔고, 그해 10월 환노위 권고안을 수용해 1년 뒤 해고 노동자를 복귀시키기로 했다. 회사 측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작년 11월 정리해고됐던 생산직 근로자 92명을 전원 복직시켰다.
쌍용차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과거 정리해고를 둘러싼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지난 1월 “가만히 놔두면 잘하는데 정치권이 자꾸 쑤셔대면 더 어려워진다”며 정치권 개입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큰죄를 짓고도 검찰 소환을 미루고 불응하는 일이 많다”며 “피의자 신분도 아닌 기업인들을 국회가 툭하면 오라가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건호/유승호/정소람 기자 leekh@hankyung.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26일 법정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법원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겨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소병석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정용진 부회장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정상을 참작해 주기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경영인으로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책임도 무겁다”며 “회사 업무로 해외 출장이 불가피했고 사유서를 내고 다른 임원이 대신 증언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약식명령 청구 때와 같은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30분 뒤 성수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정지선 회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인데 부득이하게 불출석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요구가 있으면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한다. 회사의 중대한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 출장이라 부득이 다녀온 만큼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정 회장에게도 약식명령 때와 같은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다음달 11일 정 회장, 18일 정 부회장에게 선고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작년 10~11월 정 부회장과 정 회장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감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오지 않자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정식 재판에 넘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같은 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해당 기업들도 이날 총수가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나가지 못한 것은 고의가 아니라 해외 출장과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기업 오너들의 해외 출장은 일반적으로 3~6개월 전에 일정이 잡히고, 방문국의 최고위 관료와 협력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일이 많아 갑작스러운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국회는 작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감이 열리기 2주 전 주요 유통기업 오너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계는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인들을 국감장으로 불러내 윽박지르는 등 죄인 취급하는 듯한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국회에 출석해 곤욕을 치르는 모습 자체가 잘잘못과 관계없이 죄인처럼 비쳐진다”며 “꼭 필요하지 않다면 기업인의 국회 소환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지는 게 두려워 일부 총수들이 등기 임원을 맡지 않으려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상무)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유전유죄’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에 한국식 오너경영의 강점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감 때마다 기업인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는 무리한 정치권 개입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한진중공업은 2010년 생산직 근로자 400여명 희망퇴직 발표를 계기로 노조의 총파업과 크레인 고공농성, 희망버스 등장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 제1야당 대표가 2011년 7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정치권의 개입이 잇따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2011년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불려갔고, 그해 10월 환노위 권고안을 수용해 1년 뒤 해고 노동자를 복귀시키기로 했다. 회사 측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작년 11월 정리해고됐던 생산직 근로자 92명을 전원 복직시켰다.
쌍용차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과거 정리해고를 둘러싼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지난 1월 “가만히 놔두면 잘하는데 정치권이 자꾸 쑤셔대면 더 어려워진다”며 정치권 개입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큰죄를 짓고도 검찰 소환을 미루고 불응하는 일이 많다”며 “피의자 신분도 아닌 기업인들을 국회가 툭하면 오라가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건호/유승호/정소람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