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20대…유일하게 신용불량자 늘었다
2006년 대학에 입학한 김희영 씨(27)는 4학기 연속 한 시중은행에서 연 7%대 고정금리 학자금 대출로 2000만원가량을 받았다. 휴학 후 2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을 마련해 작년 8월 간신히 졸업은 했지만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5월 거치 기간이 끝나 원금 상환이 시작됐지만 소득이 없어 빚 상환을 제때 할 수 없었다. 결국 작년 9월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

‘20대 청년 신용불량자’가 늘고 있다. 26일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은행연합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신용불량자(신불자)는 2011년 1월 14만500여명에서 지난 1월 14만2200여명으로 2년 새 1700여명 늘었다.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른 연령대에서 신불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전체 신불자 수는 147만8000여명에서 123만9000여명으로 약 24만명 감소했다.

20대 신불자만 늘고 있는 것은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 때 받은 학자금 대출과 생활자금용 신용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용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20대 신불자를 양산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침체로 부모가 대신 빚을 갚아주기도 어려워졌다.

직장과 소득이 없는 20대는 서민금융상품이나 신용회복 지원 제도도 활용하기 힘들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취업을 못한 20대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은 소득이 없거나 적어 기존 제도권 금융을 통한 혜택을 보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학자금 6개월 이상 연체자 4만명

슬픈 20대…유일하게 신용불량자 늘었다
20대들이 신불자로 전락하는 것은 1차적으로 학자금을 갚지 못해서다. 특히 한국장학재단이 설립,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2009년 이전 연 7%에 달하는 고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당시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 정부 보증으로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았다”며 “현재 4만명가량이 6개월 이상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말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4%에 달한다.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의 4배 수준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닐 수는 있었으나 생활비가 부족해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중 상당수도 연체에 따라 신불자가 됐다.

20대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취업을 하지 못해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취업한 뒤 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대출을 받았는데 취업을 하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20대 자녀가 받은 학자금 대출을 부모가 대신 갚아줄 여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0대 이상은 대부분 취업 또는 창업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소득이 없는 20대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적은 소득이라도 있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며 “개인워크아웃 등 신용회복 관련 제도도 갚을 능력이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어 소득이 없는 20대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불자가 되면 채권추심으로 정상적인 취업 활동조차 어려워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함께 20대 신불자들이 학자금 대출을 저금리,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규/이상은/허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