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치료제 ‘인사돌’로 유명한 동국제약(사장 이영욱·사진)의 ‘역발상 경영’이 제약업계에서 화제다.

이 회사는 2007년 상장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단위로 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건강보험 대상 약값을 일괄 인하(평균 14%)하면서 제약업계 전체가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상황에서도 이 회사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사 44개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유일한 회사다. 연초 주당 2만1000원 선이었던 주가는 3개월 새 50% 치솟았다.

◆성장의 힘은 ‘역발상’

동국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803억원. 매출은 국내 전체 제약사 중 20위권 이지만 실적은 최고다. 제약업계의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IBK투자증권은 “난세에는 반드시 숨은 영웅이 나타난다”며 이 회사를 치켜세웠다. 그 비결은 뭘까.

업계 전문가들은 황금비율의 매출 ‘포트폴리오’를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회사 매출의 40%는 ‘인사돌’ ‘마데카솔’ 같은 일반의약품이 차지했으며, 이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인사돌만 해도 매출이 450억원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다수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영업이 수월한 전문의약품(의사가 처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선회할 때 이 회사는 일반의약품(의사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 비중을 늘리는 ‘거꾸로 전략’을 폈다.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전문의약품 시장이 과당 경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이런 경영방침을 선택한 것. 덕분에 지난해 약가 인하로 업계가 위기를 맞을 때 동국제약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신약으로 성장동력 새로 장착

또 다른 강점은 수출이 많다는 것. 이 회사의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와 항암제 등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은 30% 수준이고 나머지 30%는 수출로 벌어들인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평균 해외매출 비중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중견 제약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게다가 수출의 절반가량이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몰려 있다. 1999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연합 시설기준(EU-GMP)을 갖추는 등 일찌감치 수출로 눈을 돌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구본진 동국제약 홍보부장은 “창업자인 고 권동일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가 내수에 올인할 때 국내 처음으로 EU-GMP에 맞는 공장을 세워 수출길을 미리 닦아놓았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2001년 작고했으며, 장남인 권기범 부회장이 지분 20.1%를 가진 최대주주다.

동국제약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신제품 효과와 헬스케어 사업 실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천연성분을 원료로 한 정맥순환개선제 ‘센시아’와 탈모 예방약 ‘판시딜’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두 제품 모두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비타민 오메가3 등의 건강기능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헬스케어 사업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매출 2000억원 돌파, 영업이익 두 자릿수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