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핵문제 진전을 위해 대북 압박 정책과 남북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북한에 대한 ‘튼튼한 안보’와 ‘신뢰 구축’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년도 업무계획을 합동으로 보고했다.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2094호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대북압박에 나서는 한편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테이블인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외교부는 미·중·일·러 등 주변국과 다각적 협의를 통해 북핵 대화 재개를 위한 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으로 북한을 압박하겠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면 대화의 길은 열려 있다”며 “‘사지’에서 ‘생지’로 북한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통일부가 이행을 주도하기로 했다. 우선 남북이 기존의 합의를 이행하면서 민간·국제기구를 통해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고 낮은 수준의 사회경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확대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남북 간 신뢰 진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측에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고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또 실질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통일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일 재원 준비에서 통일을 위한 국민들의 공감대 마련으로 우선순위를 바꾼 셈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 재원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부채도 많이 있는데 어디 쌓아 놓고만 있을 수 있는 형편이냐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통일 재원 마련을 위해) 기금을 쌓아 놓더라도 통일이 됐을 때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적극 투자하고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을 통한 통일 재원 법제화 방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통일계정’(통일항아리) 신설 등 통일 재원 확보 관련 논의는 정책 후순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이나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을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고 우리와 약속한 것을 지킬 때 우리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서두르지 말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