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 졸업자 중 절반이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경기 침체로 대학 교육을 받은 수백만 명이 커피숍이나 상점 등에서 일하고 있다” 며 “일부 통계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절반 정도가 전통적으로 대졸 학력이 필요 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0년 뉴저지대를 졸업한 브라이언 해킷도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시간제로 단순 사무직과 전화 인터뷰 업무를 하고 있다. 해킷은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중에 석사학위가 있는 사람도 많다” 며 “법학 학위를 가진 사람이 시급 10달러짜리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가 회복돼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전국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에는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들이 고학력 소지자들의 채용을 늘렸지만 최근 이런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폴 보드리 교수는 “미국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졸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비중이 ‘닷컴 거품’이 터진 2000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졸자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학력자들의 단순 노동직 취업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이런 분야에 종사했던 저학력자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지난 2월 고졸자들의 실업률은 7.9%로,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들의 실업률 3.8%의 두 배를 넘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