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현주소를 조명한 ‘영화판’, 영화 촬영 현장을 담은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사진),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심사 과정을 그린 단편영화 ‘주리’ 등이 영화판을 다룬 영화들이다. 영화계의 각기 다른 면을 들여다보거나 영화계의 이면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다. 이들 작품은 영화 속에 영화계를 담으면서 자기를 반영하고, 스스로 성찰하는 ‘메타 영화’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메타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 또는 ‘영화를 위한 영화’다.
단편영화 ‘주리’(3월7일 개봉)는 서로 다른 출신과 국적, 영화 취향을 가진 5명의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영화 심사 과정에서 벌이는 해프닝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냈다. 부산영화제를 이끌며 수많은 영화제에 참석해 왔던 김동호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았다. 진지할 것만 같은 심사 과정의 진짜 모습, 화려한 영화제의 뒷모습이 김 감독의 시선으로 표현됐다. 단편영화인데도 극장에 단독 개봉돼 1000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다.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2월28일 개봉)는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영화 촬영 현장을 들여다본다. 제목 그대로 촬영 현장에 모인 배우들이 원격 연출 영화를 찍겠다며 현장을 떠나버린 감독을 ‘뒷담화’한다. 어느 현장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모습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 사실처럼 느껴지는 배우들의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도 제법 흥미롭다. 이재용 감독은 이미 2009년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김민희 김옥빈 등을 등장시켜 ‘여배우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속 배우들의 세계를 다루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개봉된 허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판’은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으로 건재를 알린 정지영 감독이 국내 대표 감독 및 배우들과 인터뷰를 통해 영화계 속살을 들여다본다. 요샛말로 ‘돌직구’ 인터뷰가 가득하다. 여배우들의 노출 문제에 대한 의견 등 구체적인 목소리는 물론 입지가 약해져만 가는 노장 감독들의 현실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진단한다.
황성운 텐아시아 기자 jabongdo@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