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의 친구”라며 손을 내민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아프리카 4개국 지도자가 28일 워싱턴의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세네갈 말라위 시에라리온 카보베르데 등 4개국 정상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갖는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아프리카 외교를 놓고 중국과 경쟁을 벌이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아프리카를 위한 건설적인 사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가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도 아프리카의 친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시 주석은 남아공에서 아무 조건 없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3년간 200억달러의 차관을 약속했다. 중국 내 아프리카 유학생 1만8000여명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도 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일고 있는 “자원은 캐 가고, 공산품만 팔아 먹는다”는 중국 경계령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아프리카를 한 차례 방문한 데 이어 지금까지 수십 여명의 아프리카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므완기 키메니 연구원은 “오바마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아프리카의 동반자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때 아프리카 외교에 꽤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여러 나라에 한국의 개발경험이 전수되면서 ‘한국 배우기’ 열풍도 불었다. 하지만 자원외교를 직접 챙겼던 이상득 박영준 등 실세들이 정권 말에 다른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자원외교’도 함께 파묻혀버렸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자원외교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의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원외교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최대 원조기관인 세계은행 수장이 한국 출신 김용 총재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다. 김 총재는 한국의 개발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하고 싶다고 수차례 말했다. 세계은행과 머리를 잘 맞대면 돈으로 밀어붙이는 중국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마침 대한항공은 지난해 케냐 나이로비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기 시작했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