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모건 로버트슨은 1898년 ‘무용지물(Futility)’이란 작품을 썼다. 이 소설에는 ‘타이탄’이라는 거대한 선박이 등장하는데, 모두들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탄은 당시 제작된 선박 중 최대 규모이며 내부는 호화 호텔 같았다. 타이탄호에는 구명보트가 20척밖에 없었는데, 이 거대한 선박이 좌초할 경우 필요한 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선박은 4월에 뉴펀들랜드에서 4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빙산과 충돌한다. 타이탄호는 바다에 가라앉았고 승객의 반 이상이 죽는다.

그런데 1912년 실제로 같은 장소에서 대형 선박이 빙산과 충돌해 바다에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배의 이름은 타이타닉호. 호화 객실을 자랑하던 당대 최대 규모의 호화 여객선이었다. 타이타닉호에도 승객 구출에 필요한 구명보트가 절반 수준인 24척밖에 없어 승객 대부분이 희생됐다. 14년 전의 소설이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예견하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누군가의 운명이 시대를 달리해 다른 사람에게 같은 패턴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얻은 한국의 권호영 감독은 ‘평행이론’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케이블 방송에서 ‘비틀즈 코드’라는 연예계 평행이론을 주제로 나름대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평행이론은 그 자체로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문제가 있다.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착각의 심리학’에서 이런 평행이론 주장을 ‘텍사스 명사수 오류(Texas sharpshooter fallacy)’라고 말한다. 이 오류는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찾는 것을 뜻한다. 카우보이가 헛간 벽에 총을 가득 쏘다 보면 총알이 많이 몰린 곳과 적게 몰린 곳이 여러 군데 나타나게 된다. 이때 총알이 많이 몰린 곳들을 중심으로 과녁을 몇 개 그려 넣으면 다른 총잡이들은 그 카우보이가 명사수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타이타닉호와 소설 속의 타이탄호. 비슷한 점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마치 총알이 몰린 부분에 그려진 과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예를 들어 타이탄호는 돛이 있었지만 타이타닉호는 돛이 없었으며, 타이탄호는 여러 번의 항해를 했고 타이타닉호는 첫 항해에서 침몰했다.

‘텍사스 명사수 오류’는 경영 서적이나 자기계발 서적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성공하는 기업의 공통점, 탁월한 기업인들은 무엇이 다른가 등의 주제를 다루는 책들이 그렇다. 이런 책들은 분석기법의 특성상 ‘텍사스 명사수 오류’를 범하기 쉽다. 먼저 성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을 선정한 뒤에 몇 가지 자료를 읽다 보면 수긍할 만한 공통점들을 몇 가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는 이를 지지할 만한 자료들을 모은다.

이런 서적들이 제대로 성공요인을 분석하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더 확인해야 한다. 한 가지는 성공요인을 실행하고도 실패한 기업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실패한 기업들 중에도 비전을 세운 기업이 많다면, 비전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다음으로는 성공기업들의 성공요인 중에서 다른 점은 없는지, 그 차이는 왜 생기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이 똑같은 이유로 성공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최고경영자(CEO)도 ‘텍사스 명사수 오류’를 주의해야 한다. CEO는 자신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요인을 찾고 이를 적용,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성공요인이 정말 성공요인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공 경험이 있는 CEO들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편이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든지 거의 비슷한 방식과 생각을 갖고 업무를 추진한다. 이 CEO에게 성공한 프로젝트의 성공요인을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도 그가 말하는 성공 요인은 그의 과거 성공 프로젝트는 물론 실패 프로젝트에도 해당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전략으로 시작하는 셈이다.

이런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면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3의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것이 좋다. 단 전문 컨설턴트의 의견을 들을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는 있지만, 그 판단을 고객에게 말할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고객이 돈을 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말만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참조해 제3자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텍사스 명사수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