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검찰에 요청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5일 김 전 차관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성 접대’ 동영상이 증거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출국금지 요청이 거절당해 경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28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전날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요청한 출국금지 대상자 12~13명 가운데 김 전 차관을 포함한 핵심 인물 6~7명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출국금지는 경찰이 검찰에 요청하면 검찰이 이를 법무부에 전달해 최종 승인된다.

검찰은 건설업자 윤모씨가 이들에게 성 접대를 제공했는지, 성 접대를 대가로 골프장 인·허가나 공사 수주 등을 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뒷받침할 별다른 물증이 없어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경우 출금 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거부하면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올 텐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경찰이 핵심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에 필요하고 그만한 혐의가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출국금지 요청을 거부당하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동영상이 사실상 판독 불가로 나오는 등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출국금지’라는 강수를 뒀지만 이마저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 전 차관 등에 대한 계좌 추적 또는 압수수색 등 강제 조사도 검찰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지난 21일 윤씨와 윤씨 조카 등 3명에 대해 출국금지 요청을 했지만 이후 윤씨의 별장 등을 수색할 때 압수수색 영장 등을 신청하지 않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왔다. 따라서 거론되는 유력 인사들의 불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수수사통인 한 검찰 간부는 “혐의가 나와야 수사를 하는데 혐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출국금지를 신청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수사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정소람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