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수혜자 나흘만에 12만명 줄었나?

출범식서 총리·금융위원장 55만명

나흘전 정부 공식 발표땐 66만8000명

“무리한 공약이행 서두르더니” 비판

궁박한 처지의 수혜자까지 초청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이 29일 서울 삼성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에서 열렸다. 그런데 축사를 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행복기금 수혜자 수를 55만명이라고 밝혀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 5년간 55만명이 새 삶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며 “55만명의 가족까지 하면 약 200만명의 서민 삶이 여러분(행복기금 관계자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행복기금 이행 방안을 마련한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기자들과 만나 “대상자는 55만명이나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총리와 금융위원장이 말한 55만명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26일 발표한 수혜자 추정치보다 약 12만명이나 적은 것이다. 금융위는 당시 약 32만6000명이 채무 재조정 혜택을 받고, 앞으로 5년간 약 34만2000명이 바꿔드림론(전환대출)을 이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식 수혜자 추정치는 66만8000명인 셈이다.

논란이 일자 금융위와 캠코 관계자들은 “55만명은 단순 실수이고, 당초 발표대로 66만8000명이 정확한 수치”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행복기금 같은 무리한 공약을 서둘러 하려다 보니 총리와 주무 장관까지 헷갈리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 세심함도 부족했다. 금융위는 관계자들에 발송한 행사계획안에 ‘서민층은 자유복, 여타 참석자는 정장·넥타이를 착용하라’는 내용을 넣었다. 이 때문에 출범식에 참석한 정부 및 각 금융기관 관계자 등 60여명은 정장 차림, 신용회복기금 이용 경험이 있어 캠코가 섭외한 ‘서민층’ 10명은 점퍼 등 차림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한 참석자는 “빚을 지고 갚지 못해 궁박한 처지에 수혜자들까지 초청할 필요가 있었나”며 “서민층은 자유복, 나머지는 정장을 입으니 수혜자·시혜자가 확연히 구분돼 민망했다”고 지적했다. 행사가 끝난 뒤 정 총리가 캠코 1층 상담실을 찾아 전환대출(바꿔드림론) 신청자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거절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고금리 빚을 저금리로 바꾸려던 이 젊은 여성은 갑작스러운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신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고개를 떨구고 당혹스러워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는 정 총리와 신 위원장을 비롯해 박병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서민금융 기관장, 금융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 이사장은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대책은 취직과 장사가 잘돼 부채 상환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성과가 날 때까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를 연체한 신용대출 채무자의 빚을 최대 50% 탕감하고 나머지는 10년까지 나눠 갚도록 지원한다. 또 20%대 고금리 대출 원리금을 6개월 이상 성실하게 갚아온 채무자는 10% 안팎의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채무 재조정 사업은 다음달 22일부터, 전환대출은 다음달 1일부터 신청하면 된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