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제2철도공사' 설립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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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 주체로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제2철도공사 설립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KTX 운영의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운영 적자가 누적되고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국토부는 독점 운영체제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고객 서비스 향상과 경영난 개선을 위해서는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과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작년 말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철도산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마련한 뒤 어떤 방식을 선정할지 결정하겠다.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민간 경쟁 체제 도입에는 소극적인 듯한 입장을 드러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코레일을 독점 체제로 유지하는 것이나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것은 모두 다 문제가 있다. 제3의 대안을 놓고 고민해보겠다”고 밝히면서 제2철도공사 설립안이 부각됐다.
제2공사가 설립될 경우 코레일의 고비용 구조와 비효율성, KTX 운임 인하 등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2공사 설립에 3500억원 정도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코레일의 부실을 털 수 있는 마땅한 방안도 아니라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수서발 KTX 개통 시기도 당초 2015년 2월에서 10월쯤으로 늦춰지는 등 개통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맞짱토론은 KTX 운영 방식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이슈를 놓고 하헌구 인하대 교수(물류대학원장)와 엄태호 연세대 교수(행정대학원 부원장)가 각각 찬반 주장을 펼친다.
김진수/안정락/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
찬성 공기업간 경쟁체제 유도…코레일 비효율·방만경영 해결
일반적으로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가장 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뤄진다. 한국 철도 서비스도 운영의 비효율성, 적자 누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개혁을 추진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담당하고 시설 부문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에 민간을 참여시켜 코레일과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철도운임 인상 가능성과 대기업 특혜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한 운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찬성론도 강하게 나왔다. 이 같은 철도 운영과 관련한 경쟁 체제 도입 논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제2 철도공사 설립’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논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기업인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 성과를 우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코레일은 2005년 구조 개혁을 통해 공사로 탈바꿈한 뒤에도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을 소홀히 했다. 이 때문에 영업적자가 2001년 2538억원에서 2010년 5287억원까지 불어났다. 적자가 쌓이면서 2005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았음에도 현재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 코레일 직원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수준을 유지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공공성 훼손·대기업 특혜 등 민영화 논란 잠재울 카드
2000년대 이후 정부에서는 수송 효율성을 높이는 철도망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비효율적 운영 체계에서는 철도망을 건설할수록 부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복지예산을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재원 확보의 어려움이 더해지게 된다.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의 효율적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정부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공기업의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500조원이 넘는 한국 공기업의 부채는 가계 부채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공기업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 있을 때는 조용히(NIMTOO·Not In My Term Of Office)’ 넘어가자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1980년대 이후 공기업 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노조를 대리인으로 해 개혁을 저지하고, 이에 부응해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개혁에 저항하는 ‘현상 유지의 횡포(Tyranny of the status quo)’도 반복돼 왔다. 결국 이런 행태로 한국 공기업들은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고, 국가 전체 경제에도 부담이 돼 온 것이다.
이처럼 정부 부담을 가중시킨 공기업의 비효율적 운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공기업의 독점적 시장 구조가 하나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철도 운영에 있어 수준 낮은 서비스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마케팅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독과점 기업이 보여주는 전형적 현상이다. 특히 독과점 사업자는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요금 인상을 통한 수입 증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코레일이 이런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진 못할 것이다.
많은 국내 독점 공기업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니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시키는 독점 구조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얘기다.
독점 구조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공공 부문의 운영 구조다.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비효율성이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의 경직성, 경영진의 비전문성, 구조조정 지연 등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이 철도 서비스의 공공성 때문에 “우리는 도산하거나 철도시설 제공을 중단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영을 해 많은 적자와 부채를 안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부가 보전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공기업 독점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 체제 도입이다.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민간의 경영 능력과 기술력은 이미 공공 분야를 뛰어넘었다. 유럽 등지의 철도 선진국이 해 온 방식처럼 민간 참여 경쟁을 통해 공기업의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
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를 통한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요금을 낮춰주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철도 서비스 공급자인 코레일은 경쟁 체제 전환으로 요금 인하 압력과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코레일 임직원들이 대기업 특혜, 운임 인상 가능성, 공공성 훼손 등의 주장을 펼치며 민간과의 경쟁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이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철도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과 경영 효율성 증대로 인한 경쟁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공항공사 등 경쟁으로 효과 본 사례 많아
민간 참여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 코레일은 그동안 민간 기업의 철도 운영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고 공공성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제3의 카드가 ‘제2철도공사’를 설립한 후 공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으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일정 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서울시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간 경쟁에서 보듯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례와 같이 비핵심 업무를 모두 외부에 위탁해 군살을 빼는 ‘슬림 조직’을 만드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제2철도공사가 설립된다면 최소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뒤 운영 과정의 수익을 적립금으로 충당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성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공개 경쟁을 통해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물론 열차 운행 등 핵심 업무는 코레일 쪽의 전문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이직하도록 지원해 철도 분야 노동시장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현재의 코레일과 경쟁을 활성화해 경영 효율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 경쟁으로 인한 효과 제한적…중복투자로 또다른 비효율 우려
철도공사 이원 체제가 과연 철도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한 심층적인 진단과 고민 끝에 나온 최적의 결론일까를 생각하면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번 제2철도공사 논의는 더욱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또다시 공기업을 설립하는 정책적 모순이다. 제2철도공사의 경우 진입 초기에는 낮은 인건비와 신설 노선 운영의 이점 때문에 기존 운영자인 코레일에 비해 효율적인 원가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경쟁을 지속할 유인이 낮아지게 되고, 인건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공기업 비대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KTX만을 분리해서 운영한다면 코레일도 매우 낮은 원가구조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가격 통제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으므로 굳이 경쟁을 통하지 않더라도 KTX 운임 인하는 당장에라도 가능한 일이다. 또한 코레일의 철도운임이 영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철도요금의 30~80% 수준으로 낮은 점, 부족하나마 2008년 이후 매년 적자를 감소시키며 약 4000억원의 경영 개선을 실현하고 있는 점은 간과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경쟁 효과가 있을 것인가와 이로 인한 효용이 비용을 넘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수서발 KTX는 기존 KTX 노선과 80% 이상 중복되나 가장 큰 시장인 수도권 고객을 지역적으로 나누고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두 철도 공사 간 경쟁으로 인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반면 제2철도공사 설립에 최소 3000억~4000억원의 국가예산이 소요되고, 매년 중복에 따른 수천억원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철도거리는 현재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10~20% 정도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인 철도 산업을 분할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상쇄할 만큼 과연 경쟁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공기업 추가 설립 주장은 모순…막대한 비용과 비효율 조장
셋째, 제2철도공사는 민영화와 특혜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 대안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되지 못한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면 문제가 있으니 공기업 하나 더 설립하자’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위험한 결정이다. 수서발 KTX는 무조건 코레일이 운영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프레임 속에 갇혀버리면 새로운 정책 또한 기존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게 될 뿐이다.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을 계기로 현재 우리나라 철도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어떻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함에도 현재 그러한 과정이 생략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2철도공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밑바탕에는 코레일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경쟁 체제 구축을 통해 해결 하고자 하는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부터 추진된 철도산업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 과정은 1990년대에 절정에 이른 신자유주의적 사조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운영 부문의 경쟁 체제 도입이 핵심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상·하 분리 체계, 즉 시설 부문은 철도시설공단이 책임지고 운영 부문은 현재의 코레일이 담당하는 분리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하 분리 체계의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운영 부문에서의 경쟁이 필수적이므로 국토부 입장에서는 효과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 없이 어떤 형태로든 제2사업자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넷째, 현재 논의되고 있는 철도정책은 지나치게 경쟁이라는 정책 수단만을 목표화하는 문제가 있다. 재정학자로서 경쟁 체제 도입은 정교하고 타당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매우 큰 사회적 공헌을 창출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철도산업 발전과 코레일의 경영 정상화가 궁극적인 정책 목표라면, 경쟁 체제라는 정책 수단을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서발 KTX 노선을 민간 사업자와 코레일이 동시에 운영하게 하거나, 적자에 시달리는 일반노선을 입찰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게 함으로써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원가구조와 경영 문제점을 코레일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시민들이 인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철도산업 전반 심층진단…장기적 정책 마련이 우선
KTX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해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의 경쟁 체제 도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는 2012년부터 고속철도 분야에서 최초로 민간회사인 NTV가 영업을 시작해 현재 국영철도회사인 FS와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고속철도 운영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이전인 2003년부터 일부 지역 노선과 화물 노선 위주로 민간 업체를 참여시켜 점진적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점진적인 경쟁 체제 도입은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도산업에 대한 주요 논쟁이 ‘누구에게 고속철도 운영권을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아쉽다.
마지막으로 철도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과거 철도산업 구조 개혁으로 건설-운영이 이원화된 현재의 체계(상·하분리)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 평가와 함께 코레일-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된 두 철도 기관을 통합 일원화하는 방안(상·하통합)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해외 철도 선진국에서는 철도시설과 운영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주요 기간 노선에 경쟁 체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한국처럼 2개의 공공기관 체제로 경쟁을 도입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도 또 다른 철도공사를 설립해 비효율을 더욱 키우기보다는 지주회사 형태로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맞다. 대신 사업 부문 또는 노선별로 다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정교한 원가 계산 시스템과 인건비 증가율, 총액 인건비를 연동시키는 등 정교한 시스템으로 유인구조를 재설계할 경우 경쟁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충분히 철도산업의 경쟁력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KTX 운영의 ‘경쟁 체제 도입’을 추진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운영 적자가 누적되고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 국토부는 독점 운영체제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고객 서비스 향상과 경영난 개선을 위해서는 ‘수서발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과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작년 말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철도산업에 대한 장기 비전을 마련한 뒤 어떤 방식을 선정할지 결정하겠다.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해 민간 경쟁 체제 도입에는 소극적인 듯한 입장을 드러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코레일을 독점 체제로 유지하는 것이나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것은 모두 다 문제가 있다. 제3의 대안을 놓고 고민해보겠다”고 밝히면서 제2철도공사 설립안이 부각됐다.
제2공사가 설립될 경우 코레일의 고비용 구조와 비효율성, KTX 운임 인하 등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제2공사 설립에 3500억원 정도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코레일의 부실을 털 수 있는 마땅한 방안도 아니라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수서발 KTX 개통 시기도 당초 2015년 2월에서 10월쯤으로 늦춰지는 등 개통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맞짱토론은 KTX 운영 방식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이슈를 놓고 하헌구 인하대 교수(물류대학원장)와 엄태호 연세대 교수(행정대학원 부원장)가 각각 찬반 주장을 펼친다.
김진수/안정락/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
찬성 공기업간 경쟁체제 유도…코레일 비효율·방만경영 해결
일반적으로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가장 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뤄진다. 한국 철도 서비스도 운영의 비효율성, 적자 누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개혁을 추진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영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담당하고 시설 부문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에 민간을 참여시켜 코레일과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 일부에서는 철도운임 인상 가능성과 대기업 특혜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한 운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찬성론도 강하게 나왔다. 이 같은 철도 운영과 관련한 경쟁 체제 도입 논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제2 철도공사 설립’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논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기업인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 성과를 우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코레일은 2005년 구조 개혁을 통해 공사로 탈바꿈한 뒤에도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을 소홀히 했다. 이 때문에 영업적자가 2001년 2538억원에서 2010년 5287억원까지 불어났다. 적자가 쌓이면서 2005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았음에도 현재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그런데 코레일 직원의 평균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수준을 유지하는 등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공공성 훼손·대기업 특혜 등 민영화 논란 잠재울 카드
2000년대 이후 정부에서는 수송 효율성을 높이는 철도망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비효율적 운영 체계에서는 철도망을 건설할수록 부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복지예산을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재원 확보의 어려움이 더해지게 된다.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의 효율적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정부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공기업의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500조원이 넘는 한국 공기업의 부채는 가계 부채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와 공기업들은 대부분 ‘지금 내가 있을 때는 조용히(NIMTOO·Not In My Term Of Office)’ 넘어가자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 왔다.
1980년대 이후 공기업 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노조를 대리인으로 해 개혁을 저지하고, 이에 부응해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개혁에 저항하는 ‘현상 유지의 횡포(Tyranny of the status quo)’도 반복돼 왔다. 결국 이런 행태로 한국 공기업들은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고, 국가 전체 경제에도 부담이 돼 온 것이다.
이처럼 정부 부담을 가중시킨 공기업의 비효율적 운영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공기업의 독점적 시장 구조가 하나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철도 운영에 있어 수준 낮은 서비스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마케팅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독과점 기업이 보여주는 전형적 현상이다. 특히 독과점 사업자는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요금 인상을 통한 수입 증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코레일이 이런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진 못할 것이다.
많은 국내 독점 공기업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니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비용을 이용자에게 전가시키는 독점 구조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얘기다.
독점 구조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공공 부문의 운영 구조다.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비효율성이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의 경직성, 경영진의 비전문성, 구조조정 지연 등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이 철도 서비스의 공공성 때문에 “우리는 도산하거나 철도시설 제공을 중단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영을 해 많은 적자와 부채를 안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정부가 보전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공기업 독점의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 체제 도입이다.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민간의 경영 능력과 기술력은 이미 공공 분야를 뛰어넘었다. 유럽 등지의 철도 선진국이 해 온 방식처럼 민간 참여 경쟁을 통해 공기업의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
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를 통한 경쟁 체제를 도입하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에게는 요금을 낮춰주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철도 서비스 공급자인 코레일은 경쟁 체제 전환으로 요금 인하 압력과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코레일 임직원들이 대기업 특혜, 운임 인상 가능성, 공공성 훼손 등의 주장을 펼치며 민간과의 경쟁을 피하려고 하는 것은 이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철도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과 경영 효율성 증대로 인한 경쟁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지하철·공항공사 등 경쟁으로 효과 본 사례 많아
민간 참여 경쟁 체제 도입에 대해 코레일은 그동안 민간 기업의 철도 운영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고 공공성 훼손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제3의 카드가 ‘제2철도공사’를 설립한 후 공기업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는 공기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으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일정 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서울시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간 경쟁에서 보듯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례와 같이 비핵심 업무를 모두 외부에 위탁해 군살을 빼는 ‘슬림 조직’을 만드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제2철도공사가 설립된다면 최소의 자본금으로 출범한 뒤 운영 과정의 수익을 적립금으로 충당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성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공개 경쟁을 통해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물론 열차 운행 등 핵심 업무는 코레일 쪽의 전문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이직하도록 지원해 철도 분야 노동시장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현재의 코레일과 경쟁을 활성화해 경영 효율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 경쟁으로 인한 효과 제한적…중복투자로 또다른 비효율 우려
철도공사 이원 체제가 과연 철도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한 심층적인 진단과 고민 끝에 나온 최적의 결론일까를 생각하면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번 제2철도공사 논의는 더욱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또다시 공기업을 설립하는 정책적 모순이다. 제2철도공사의 경우 진입 초기에는 낮은 인건비와 신설 노선 운영의 이점 때문에 기존 운영자인 코레일에 비해 효율적인 원가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경쟁을 지속할 유인이 낮아지게 되고, 인건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공기업 비대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KTX만을 분리해서 운영한다면 코레일도 매우 낮은 원가구조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가격 통제권을 정부가 가지고 있으므로 굳이 경쟁을 통하지 않더라도 KTX 운임 인하는 당장에라도 가능한 일이다. 또한 코레일의 철도운임이 영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 철도요금의 30~80% 수준으로 낮은 점, 부족하나마 2008년 이후 매년 적자를 감소시키며 약 4000억원의 경영 개선을 실현하고 있는 점은 간과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경쟁 효과가 있을 것인가와 이로 인한 효용이 비용을 넘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수서발 KTX는 기존 KTX 노선과 80% 이상 중복되나 가장 큰 시장인 수도권 고객을 지역적으로 나누고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두 철도 공사 간 경쟁으로 인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반면 제2철도공사 설립에 최소 3000억~4000억원의 국가예산이 소요되고, 매년 중복에 따른 수천억원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철도거리는 현재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10~20% 정도에 불과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산업인 철도 산업을 분할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상쇄할 만큼 과연 경쟁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공기업 추가 설립 주장은 모순…막대한 비용과 비효율 조장
셋째, 제2철도공사는 민영화와 특혜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 대안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은 되지 못한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면 문제가 있으니 공기업 하나 더 설립하자’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위험한 결정이다. 수서발 KTX는 무조건 코레일이 운영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프레임 속에 갇혀버리면 새로운 정책 또한 기존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게 될 뿐이다.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을 계기로 현재 우리나라 철도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어떻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함에도 현재 그러한 과정이 생략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2철도공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밑바탕에는 코레일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경쟁 체제 구축을 통해 해결 하고자 하는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부터 추진된 철도산업 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 과정은 1990년대에 절정에 이른 신자유주의적 사조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운영 부문의 경쟁 체제 도입이 핵심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상·하 분리 체계, 즉 시설 부문은 철도시설공단이 책임지고 운영 부문은 현재의 코레일이 담당하는 분리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하 분리 체계의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운영 부문에서의 경쟁이 필수적이므로 국토부 입장에서는 효과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 없이 어떤 형태로든 제2사업자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넷째, 현재 논의되고 있는 철도정책은 지나치게 경쟁이라는 정책 수단만을 목표화하는 문제가 있다. 재정학자로서 경쟁 체제 도입은 정교하고 타당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매우 큰 사회적 공헌을 창출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러나 철도산업 발전과 코레일의 경영 정상화가 궁극적인 정책 목표라면, 경쟁 체제라는 정책 수단을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수서발 KTX 노선을 민간 사업자와 코레일이 동시에 운영하게 하거나, 적자에 시달리는 일반노선을 입찰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게 함으로써 코레일이 가지고 있는 원가구조와 경영 문제점을 코레일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시민들이 인식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철도산업 전반 심층진단…장기적 정책 마련이 우선
KTX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해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의 경쟁 체제 도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탈리아는 2012년부터 고속철도 분야에서 최초로 민간회사인 NTV가 영업을 시작해 현재 국영철도회사인 FS와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고속철도 운영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기 이전인 2003년부터 일부 지역 노선과 화물 노선 위주로 민간 업체를 참여시켜 점진적으로 경쟁 체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점진적인 경쟁 체제 도입은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철도산업에 대한 주요 논쟁이 ‘누구에게 고속철도 운영권을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아쉽다.
마지막으로 철도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과거 철도산업 구조 개혁으로 건설-운영이 이원화된 현재의 체계(상·하분리)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 평가와 함께 코레일-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된 두 철도 기관을 통합 일원화하는 방안(상·하통합)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해외 철도 선진국에서는 철도시설과 운영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주요 기간 노선에 경쟁 체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한국처럼 2개의 공공기관 체제로 경쟁을 도입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도 또 다른 철도공사를 설립해 비효율을 더욱 키우기보다는 지주회사 형태로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을 통합해 운영하는 게 맞다. 대신 사업 부문 또는 노선별로 다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정교한 원가 계산 시스템과 인건비 증가율, 총액 인건비를 연동시키는 등 정교한 시스템으로 유인구조를 재설계할 경우 경쟁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충분히 철도산업의 경쟁력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