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가 중도 하차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낙마 이유는 ‘주식 백지신탁’(공직을 맡을 때 보유 주식을 신탁 후 처분해야 하는 것) 문제도 있었지만 주식 매각시 150억원에 이르는 세금 폭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세금 폭탄 문제가 벤처업계의 창업→지분 매각→재창업이라는 선순환을 막는다고 보고 벤처업체 인수·합병(M&A)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이른바 ‘황철주법’을 추진 중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9일 기자와 만나 “황 대표가 그만둔 것은 주식 백지신탁을 잘못 이해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권까지 넘길 생각이 있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커 못했던 것”이라며 “이것이 중기청장 자리를 내놓게 만든 원인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25.45%(700억원가량)를 매각할 경우 내야 하는 양도세 등 각종 세 부담은 1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황 대표는 지난 15일 중기청장직을 수락했다가 백지신탁 제도에 따라 본인 소유 지분을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 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조 수석은 “1세대 벤처창업자들은 자신의 지분을 팔아 회수한 돈으로 엔젤투자에 나서고 싶어도 세금 폭탄 부담이 커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제 혜택 등을 포함해 이런 부담을 완화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젤투자는 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 형태를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경제정책점검회의에서 “벤처나 창업에 대해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벤처 1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엔젤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면 양도차익의 30%(보유 기간이 3년 이상일 경우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다 증권거래세로 양도가액의 0.5%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 정부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분 매입자에 한해 일정 금액을 소득세·법인세에서 공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분을 파는 쪽에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 사실상 M&A를 통한 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

조 수석은 “우리 벤처기업들은 기업공개(IPO)를 주요 자금 회수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장 이전에라도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뒤 또 다른 벤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투사들은 벤처를 금융 개념으로 접근해 벤처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벤처 1세대들이 엔젤투자에 나서면 이런 문제도 해결된다”며 “이것이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벤처 생태계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현재 구상 중인 방안은 엔젤투자 지원과 벤처 M&A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두 가지”라며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중기청에서 5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