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구멍 뚫린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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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지난달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 안전행정부가 다음날 관보를 통해 공개되는 ‘2013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 공개’에 대한 사전 언론설명회를 열었다. 공직자들의 부모 자녀 등 직계존비속 고지 거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공개대상 1933명 중 27.6%인 534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던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산 등록범위가 미국, 일본, 유럽 각국과 비교해 가장 넓다”며 “지나치게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고지 거부제도가) 국회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직계존비속 재산 공개를 거부한 공직자들의 전체 명단을 내놓으라는 기자의 요청도 거부했다.
고지 거부제도는 공직자들의 직계존비속 중 독립적인 생계능력자가 고지(신고) 거부를 신청하면 승인해주는 제도다. 결혼한 자녀는 주민등록이나 독립생계 여부와 상관없이 고지 거부가 받아들여진다. 공직자를 부모나 자식으로 뒀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적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취지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고지 거부로 인해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는 건 문제다. 고지 거부 비율은 2011년 26.0%에서 지난해 26.6%로 높아졌고, 올해는 더 올라갔다. 더구나 이번에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10명 중 2명은 실제 본인이나 배우자 재산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부모나 자녀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고지 거부가 고위공직자들이 재산을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지 거부 허용조항이 재산 공개 제도의 투명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행부는 내년부터 재산신고 의무자의 직계비속(자녀·손자)에 대한 고지 거부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고의무자와 6개월 이상 주민등록상 별도 세대를 구성한 경우에만 고지 거부를 승인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독립가정으로 보려면 6개월은 짧다. 적어도 1년 정도는 따로 살아야 독립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도입된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직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함께 재산 공개제도의 취지를 높이는 방안을 보다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안행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재산 등록범위가 미국, 일본, 유럽 각국과 비교해 가장 넓다”며 “지나치게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고지 거부제도가) 국회에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직계존비속 재산 공개를 거부한 공직자들의 전체 명단을 내놓으라는 기자의 요청도 거부했다.
고지 거부제도는 공직자들의 직계존비속 중 독립적인 생계능력자가 고지(신고) 거부를 신청하면 승인해주는 제도다. 결혼한 자녀는 주민등록이나 독립생계 여부와 상관없이 고지 거부가 받아들여진다. 공직자를 부모나 자식으로 뒀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적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취지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고지 거부로 인해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는 건 문제다. 고지 거부 비율은 2011년 26.0%에서 지난해 26.6%로 높아졌고, 올해는 더 올라갔다. 더구나 이번에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10명 중 2명은 실제 본인이나 배우자 재산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부모나 자녀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고지 거부가 고위공직자들이 재산을 숨기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지 거부 허용조항이 재산 공개 제도의 투명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안행부는 내년부터 재산신고 의무자의 직계비속(자녀·손자)에 대한 고지 거부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고의무자와 6개월 이상 주민등록상 별도 세대를 구성한 경우에만 고지 거부를 승인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독립가정으로 보려면 6개월은 짧다. 적어도 1년 정도는 따로 살아야 독립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도입된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직자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함께 재산 공개제도의 취지를 높이는 방안을 보다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