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기기와 석유화학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1~3월) 수출이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상승하며 주요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엔저(엔화 가치 하락) 영향으로 대(對)일본 수출이 크게 감소해 한·일 양국 간 무역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휴대폰 반도체가 수출 효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0.4% 늘어난 474억9600만달러, 수입은 2.0% 감소한 441억3900만달러로 33억5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1분기 누적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1355억3600만달러로 작년 1분기(2.9%) 이후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와 석유화학 품목이 이끌었다.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3대 주력 품목 중 가장 높은 2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선진시장의 휴대폰 교체 수요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 효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 현지 휴대폰 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관련 부품의 수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수출도 8.1%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현대오일뱅크의 파라자일렌(PX) 신규 공장 가동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공급 여력 확대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수출도 글로벌 무선통신기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D램 및 낸드플래시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한 것도 보탬이 됐다. D램 단가(2기가비트 기준)는 작년 3월 1달러에서 지난달 1.64달러로 올랐다.

◆엔저 충격 다소 약화

지역별로는 아세안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각각 17.5%, 6.2% 늘어난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쪽 수출은 각각 15.4%, 8.3% 뒷걸음질쳤다. 아세안 시장에서는 일반 기계(46.5%)와 석유제품(30.1%)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작년 10월 말 이후 1100원대 밑으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다시 1100원대를 회복하면서 ‘원고(원화 강세)·엔저(엔화 약세)’의 환율 충격을 다소 상쇄하고 있다는 게 산업부의 분석이다.

이운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오르면서 해외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에 대한 수출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대일 수출은 18.0% 감소했다. 대일 수출은 지난 1월 7.3% 증가했다가, 2월 17.4% 줄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영태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60%가량이 엔화로 결제된다”며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일본 수출 물량이 줄었다기보다는 엔화로 결제한 금액을 달러로 계산하면서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선진국 시장에서 한·일 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전자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양국 간 무역 역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일본과의 교역에서 54억3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