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뤄진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금융 부문에서 뒷받침하는 ‘창조금융’에 초점이 맞춰졌다.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창업·기술기업에 직·간접적인 자금 투입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날 보고에선 고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선결과제인 면책 및 감사제도 개선 방안 등이 빠져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기술기업 지원-M&A 자금도 공급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창업-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금융 지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창업·신생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6월까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도입하기로 했다. 2006년 971억원이던 엔젤투자가 작년엔 138억원까지 급감했고, 벤처캐피털의 창업기업 투자도 크게 위축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평가 시스템도 강화한다. 금융회사가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해 적기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지난 1월 기술보증기금에 설립한 융복합 R&D센터를 종합적인 기술평가 제공 기관으로 확대 개편한다. 창업 초기 중소기업을 위한 새로운 주식시장인 코넥스도 6월 말 신설된다.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을 위해서는 특허 등 지식재산(IP)을 팔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된다. 산업은행은 이달 중 1000억원 규모의 ‘KDB Pioneer 지식재산권 펀드’(운용기간 7년)를 만든다. 이 펀드는 기업이 보유한 IP를 사들여 매각대금을 지급하고, 해당 기업이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IP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투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를 모색하는 단계에 들어선 기업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은, 정책금융공사, 신·기보 등은 ‘성장사다리펀드(가칭)’를 만들어 중소기업 M&A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면책제도·감사 관행 바꿔야”

이날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기술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런 정책이 제대로 현장에서 집행되려면 정책금융기관을 비롯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규제와 감사 관행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2월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제때 못 받는 등 부실이 생겨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일례로 감사원은 최근 산업은행을 감사한 뒤 2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낸 사모펀드(PEF)에 단 한 건 손실이 났다며 ‘주의 요구’ 처분을 내렸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금융사 직원들은 100가지를 잘하더라도 감사에서 손실났다고 단 한 가지만 지적당해도 승진·연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며 “모험자본이 제 역할을 하려면 면책제도는 물론 감사원의 감사 관행까지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력 등을 철저히 심사하고 투명하게 자금을 집행하더라도 경기 상황 등 외부 여건에 따라 일부 부실이 날 수 있다”며 “중과실이 없으면 지나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