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금감원…5조 부실PF 발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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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지적, 캠코 2~3배 고가매입 초래
"제한된 인력으론 어쩔수 없다" 궁색한 변명
"제한된 인력으론 어쩔수 없다" 궁색한 변명
금융감독원은 2010년 4월 3개 저축은행이 총 384억원을 대출해준 전남 구례군의 납골당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현장조사를 나갔다. 2008년 9월 1차 조사 때 분양률이 2%에 불과해 ‘악화 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됐던 곳이다. 분양률이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금감원은 이곳을 ‘보통’ 사업장으로 승격시켰고, 추가 대출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이들 저축은행은 부실이 누적돼 영업정지됐다. 당시 현장조사를 나간 금감원 조사역들은 감사원 측에 “경험이 부족했다”고 소명했다고 한다.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금감원의 부실 감독이 저축은행 줄파산 사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3일 발표한 ‘금융 공기업 경영관리 실태 2차 감사’ 자료에서다.
◆감사원 “금감원 부실관리 심각”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제출한 전체 PF 대출 및 부실 규모가 자체 실태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났는데도 일부 수치만 조정한 채 금융위원회에 축소 보고했다. 축소 보고한 금액이 총 3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또 2008년부터 세 차례 집중 조사를 실시하고도 저축은행이 고의로 ‘일반채권’으로 분류한 PF 채권 4조9000억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일반채권 대신 원칙대로 PF 대출로 분류하면 충당금을 5~6배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갖은 편법을 동원한다”며 “제한된 인력으로 전국에 걸쳐 수백곳인 PF 사업장을 모두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부당 대출을 확인하고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통보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적자금을 낭비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캠코는 이미 부실화된 PF 채권을 실제 가격보다 3770억원 비싸게 매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부실 PF 규모를 축소 또는 누락해 정부가 잘못된 대책을 세우는 데 일조했다”며 “보고 누락에 대해선 부서 간 업무 공조가 잘 안 됐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예보는 저축은행 대주주 조사 부실
부산·미래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재산 조사가 더뎌 상당액의 재산 은닉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예금보험공사가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경영진 등을 부실 책임자로 늑장 등록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대주주 등을 대상으로 즉각 재산 조사에 나서야 하는데, 부실 책임 의심자 7명에 대해선 영업정지일로부터 약 1년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의심자로 등록된 73명에 대해서도 재산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 조사 결과 이들 부실 책임 의심자는 총 11억9500만원의 금융 자산과 152건의 본인 명의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예보는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재산 도피 조사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저축은행 대주주 등 10명이 영업정지일 전후에 79억원 규모의 부동산과 현금을 이해관계자에게 이전하거나 써버렸는데도 채권보전 조치를 안 취했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책임자의 재산조사에 속도를 더 내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금감원과 예보에 대해 경징계인 ‘기관 주의’를 줬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