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13조8000억~13조9000억원가량을 투입한다. 14조1000억원을 투자했던 작년보다 소폭 줄어든 규모다. 경기 여건을 감안해 시설 투자는 줄이지만 R&D 부문에는 작년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7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올해 투자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총 투자액은 작년보다 2000억~3000억여원 줄어들 것”이라며 “대신 R&D 부문 투자를 대폭 늘려 질적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엔 시설투자에 9조원, R&D에 5조1000억원 등 총 14조1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약간 줄어든 13조8000억~13조9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시설투자 총액은 작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제철소 3고로를 신축하는 것 외에는 대규모 공장 신·증설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기아차·글로비스·제철·로템·하이스코·위아 등 주력 계열사 7곳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작년 8조6900억원이던 시설투자비를 올해 6조원 정도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작년 2조8702억원이던 시설투자비를 올해 2조5965억원으로 줄였고, 기아차도 작년 1조5871억원이던 시설투자비를 올해 1조3159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2조6644억원을 공장 신·증설에 투입한 현대제철도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7871억원으로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시설투자를 줄이는 대신 R&D 부문 투자는 대폭 늘릴 계획이다. 작년 5조1000억원이던 그룹 전체 R&D 투자비를 올해 7조원 이상으로 증액할 것으로 알려졌다. R&D 투자비 대부분은 신차 개발 등 자동차 부문에 투입할 예정이다. 올해 양적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방침을 반영한 결과다.

삼성그룹도 올해 투자 계획을 잠정 확정했다. 삼성은 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하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기업인 간담회’에 앞서 올해 49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산업부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47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실제 44조원 후반대를 투자했다. 경기 화성의 반도체 17라인 건설 등을 늦춘 탓이다. 올해 49조원을 투자하면 명목상으로는 2.5% 정도 증가하지만 실제 집행액 기준으로는 9%가량 늘리는 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해 투자계획을 일단락지었으나 시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 탄력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김현석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