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은닉 등 세무조사 방해시 과태료 최대 3억원 부과, 해외 금융계좌 제보시 포상금 한도 폐지’ 등 이번 업무보고를 앞두고 국세청이 제안한 강력한 탈세 방지 대책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논의 과정에서 재정부는 자신들이 제동을 건 방안이 그대로 담긴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재정부는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2일 저녁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업무보고 자료에 담긴 ‘해외 금융계좌 신고시 포상금 한도 폐지’ 항목을 삭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역외탈세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 해외 금융계좌에 대한 제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재정부가 예산 문제 등으로 이번엔 어렵다고 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논의 과정에서 무산된 내용을 업무보고 자료에는 집어넣은 것이다.

세무조사를 방해하거나 불성실하게 납세할 경우 현행 최고 500만원인 과태료를 최고 3억원으로 60배나 올리는 방안도 논란 끝에 이번 업무보고에는 담지 않기로 했다. 국세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에 대한 담합조사 등을 하다 방해받으면 3억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는 조항을 똑같이 적용하려고 했지만 재정부가 제지한 것이다. 과도한 과태료가 오히려 행정 비용을 증대시키거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내용은 결국 삭제되지 않고 재정부가 배포한 국세청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각 정부 부처가 짧은 시간에 온갖 아이디어를 검토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거나 과욕을 부린 방안들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