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정부 직접 지시땐 용산개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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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무산 책임 떠넘기기
국토부 "직접 지시하는 일 없을 것"
국토부, 우회적 중단 요구…"분리 계정 만들어 차입금 관리 명확히 하라"
입장 바꾼 코레일, 사업 포기 압박에 큰 부담…"정부 요구땐 자금 별도 집행"
국토부 "직접 지시하는 일 없을 것"
국토부, 우회적 중단 요구…"분리 계정 만들어 차입금 관리 명확히 하라"
입장 바꾼 코레일, 사업 포기 압박에 큰 부담…"정부 요구땐 자금 별도 집행"
코레일이 국토교통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추진 포기를 지시할 경우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산개발 민간출자사들과 어렵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는 과정에서 상부기관인 국토부의 잇단 사업 포기 압박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민간개발사업 불개입 원칙’을 선언한 국토부가 ‘직접 중단 지시’를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코레일이 사업 추진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레일, 사업추진 배수진?
장진복 코레일 홍보실장은 “국토부가 용산 사업을 중단하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면 즉시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장 실장은 “그동안 코레일은 사업 중단 시 발생하는 공기업 및 민간출자사들의 엄청난 재무적 손실과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해 왔지만 정부가 직접 반대할 경우 개발 사업을 이끌어갈 명분도, 의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내놓은 사업 정상화 방안에 대해 4일까지 29개 출자사들로부터 동의를 받고, 이를 토대로 5일 시행사 드림허브 주주총회를 열 방침이다.
국토부의 직접 지시가 이뤄질 경우 코레일은 사업을 포기하고, 파산이나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출자사들은 1조원의 용산 사업 출자금을 모두 날린다. 출자사 간 또는 사업 부지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사업 주체 간 대규모 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레일은 또 미리 받은 땅(용산 철도정비창 부지)값 2조4000억원을 돌려줘야 해 자본잠식이 현실화된다.
◆갑작스런 입장변경 ‘왜’
국토부는 이날 코레일에 용산 개발 사업 통장을 별도로 개설해 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하고, 용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때는 관련 차입임을 분명히 명시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운송 수입과 철도사업 관련 차입금이 용산 개발 자금으로 전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용산 개발 사업에서 당장 나오는 수입이 없다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사업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별도 통장을 개설하면 코레일은 금융권으로부터 용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어렵다. 코레일의 신용도가 아니라 사업의 신용도만으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코레일은 이날 오후까지도 “자금 집행을 별도로 하라는 국토부의 지시는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등 관련 규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저녁 갑자기 “관련 규정은 없지만, 국토부가 지시하면 별도 자금 집행도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코레일의 입장 번복은 국토부가 섣불리 사업 중단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의 지시로 사업이 무산될 경우 민간 출자사들의 피해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 문제 등 막대한 후폭풍을 코레일 대신 국토부가 짊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도 “코레일과 민간회사 간 개발사업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코레일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조성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