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로스 교수 "기업·구직자 연결 돕는 결혼정보회사 같은 기구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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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 앨빈 로스 교수 - 이수형 교수 '사제 대담'
구인·구직정보 선별해 일자리 미스매칭 해결
주파수 등 공공자원 배분…수익성 높은 곳 우선
대입전형방식 더 늘려 학생들 선택폭 넓혀야
구인·구직정보 선별해 일자리 미스매칭 해결
주파수 등 공공자원 배분…수익성 높은 곳 우선
대입전형방식 더 늘려 학생들 선택폭 넓혀야
“아무리 불황기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한편에는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일할 사람을 찾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각각 서로의 필요에 맞는 상대방과 맺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앨빈 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3일 열린 ‘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세션2의 연설과 대담을 통해 “근로자와 기업 간에 원활한 ‘매칭’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작동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스 교수는 1970년대 중반부터 게임이론을 기업과 정부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지난해 이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결혼, 진학, 고용, 장기이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과 연결되는 방식을 다루는 ‘짝짓기(matching system)’와 이를 현실에서 적용하는 ‘시장 설계(market design)’가 연구의 핵심이다.
로스 교수는 이날 “지난해 교환교수로 방문한 것을 인연 삼아 하버드대에서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구직자-기업 연결 회사 필요”
로스 교수와 그의 제자인 이수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간 대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로스 교수는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위기를 극복할 현실적 시장이론’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 뒤 대담을 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용, 보육, 교육, 주파수 경매 등 광범위한 이슈가 주제였다.
로스 교수가 내놓은 해답의 핵심은 ‘신호(signaling)’와 ‘청산소(clearing house)’였다. 각 시장 참여자들이 원하는 상대방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를 드러내고, 이를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청산소’를 통해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이 로스 교수의 제안이었다.
그는 청년 실업, 일자리 미스매칭 등 한국의 고용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 교수의 질문에 대해 “모든 기업이 실제로 일할 의사가 있고,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빨리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종의 결혼정보회사가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를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용정보회사’를 만들어 “범람하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정보를 선별해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 원하는 상대방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파수 경매 제도 활성화해야”
로스 교수는 또 “한국에서는 상당수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1~2년간 다시 수험 준비를 하는 게 최대 문제”라며 “다양한 전형방법을 통해 각 학생들이 원활하게, 적합한 대학에 가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전에 이 교수와 함께 한국의 대입제도를 연구했을 때보다 전형 방식의 다양성이 늘어난 것은 그래도 긍정적”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로스 교수는 이번 방한 기간에 미래창조과학부를 방문해 입시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어린이집 부족 등 보육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 양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게 중요하다”며 “복지 자원을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시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통신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주파수 배분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파수와 같은 공공자원을 시장에 배분할 때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경매 등의 방법을 통해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 나눠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남아있는 주파수 자원을 일괄경매하는 방식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로스 교수는 또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경제를 갖고 있어 완전한 형태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기다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시적인 시장구조를 바꾸는 방식이 유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에 비해 명시적인 규칙보다 암묵적인 맥락이 중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시장설계 이론이 더 유용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조귀동/추가영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