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앞 농성촌 1년 만에 '기습 철거'
만 1년 동안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돼 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천막 농성장이 철거됐다. 서울 중구청은 4일 오전 5시50분께 직원 50명을 동원, 농성자 3명이 지키고 있던 쌍용차 대한문 천막 농성장을 10여분 만에 철거했다.

중구청은 철거 후 천막이 재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곧바로 천막 자리에 나무를 심는 등 화단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철거과정에서 농성자들과 중구청 직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농성 노동자 36명이 화단에 들어가 나무를 뽑은 혐의(공용물 훼손)로 경찰에 연행됐다. 오후에도 구청 직원들이 화단에 꽃을 심으려 하다 이를 막던 농성자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김정우 쌍용차지부장, 정진우 진보신당 부대표 등 4명이 경찰에 추가 연행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제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며 “물리적 충돌이 우려돼 새벽에 철거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 위험 집기가 또 발견됐다”며 “시민과 문화재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거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중구청은 지난달 8일 직원 200여명을 동원해 철거에 나섰다가 120여명의 농성자들이 저지하는 바람에 네 차례 충돌 끝에 돌아간 바 있고, 26일에도 철거하려다 충돌을 우려해 보류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일에는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 사적(史蹟)인 덕수궁의 담장 서까래 15개가 불에 그을리고 농성 천막 3개 중 2개가 탔으나 도심 한복판의 농성은 1년간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4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로 시작된 농성장은 11월 해군기지 반대 등을 내세운 다양한 사안의 ‘연대투쟁장’으로 변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