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를 먹다 기도가 막혀 숨진 것일까, 보험금을 노린 위장 살해인가.’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의 살인 혐의에 대해 1, 2심이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살해 동기가 있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32)에 대한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절도 혐의 등을 일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을 경우 본능적인 저항으로 얼굴 등에 상처가 남게 되는데, 당시 건강한 20대 여성이었던 피해자 몸에 흔적이 있었다거나 저항조차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사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어 살인 혐의 및 살인을 전제로 하는 보험금 편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

재판부는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심폐기능이 정지됐을 당시 각종 조사나 검사, 부검이 이뤄졌으면 정지 원인을 밝힐 수 있었는데 당시 경찰은 타살 의혹이 없다고 보고 아무런 조사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때문에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 원인을 밝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금 등 범행 동기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울러 A씨가 보험금 수령인 변경을 위해 관련 서류를 위조하고, 이를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여자친구 사망과는 관계없이 피고인이 승용차에 있던 현금 등을 훔친 일부 절도 등에 대해서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0년 4월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B씨(당시 22세)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B씨가 낙지를 먹다 숨졌다고 속여 사망 보험금 2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