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미클로시 렌젤 주한 헝가리 대사 "남·북 합쳐 한반도에서 14년…이만하면 인연 깊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문·TV 꼭 챙겨보며 한국 공부…외국 대사들과도 정기 모임
제주·경주·평창·양양 등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 많아…구리 동구릉 정말 매력적
한국 소개하는 책 내년 출간
제주·경주·평창·양양 등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 많아…구리 동구릉 정말 매력적
한국 소개하는 책 내년 출간
“동구릉을 아시나요? 조선시대 왕릉 9개가 한꺼번에 모여 있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지요.”
5일 서울 이태원동의 피자전문점 ‘트레비아’에서 만난 미클로시 렌젤 주한 헝가리 대사는 뜻밖에 능숙한 한국어로 왕릉 예찬론을
폈다.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의 왕릉은 잘 알면서도, 막상 서울 가까이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40여개의 조선시대 왕릉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등에 분포해 있습니다. 경기 구리에 있는 동구릉이 대표적입니다.
외국인들이 찾기에도 매력적인 장소예요.”
동구릉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는 사이 치아바타와 파라도우, 포카치아 등 세
가지의 빵이 고르곤졸라, 고다, 브리, 에멘탈 등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치즈와 함께 나왔다. 이탈리아산 천연 이스트와 소금을
반죽해 매일 아침 구워낸 파라도우는 바삭하고 고소했다. 렌젤 대사는 “반죽에 콩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파라도우와 같은 반죽을 사용하지만 통통하게 구워내 쫄깃한 느낌을 주는 치아바타와 토마토소스, 올리브오일로 구워 담백한 맛을 내는
포카치아도 일품이라고 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숨은 진주”
렌젤 대사는 이탈리아 제품인
푸른곰팡이 치즈 고르곤졸라를 빵에 바르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헝가리 대사로 한국에 부임한 것은 2007년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1980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에 다닐 때 시작됐다고. 국제학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를 배운 그는 뉴스를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다.
“매일 저녁 뉴스를 보며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장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날 한국 신문과 영어 신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죠.”
그는 두 번째로 나온 카프레제 샐러드를 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트레비아에서 나오는 카프레제 샐러드는 다른 곳과는 달리
방울토마토를 사용한다. 식감이 쫄깃하고 탄력 있는 방울토마토가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 모차렐라 치즈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담아내 멋도 살렸다.
렌젤 대사는 요즘 한국을 헝가리에 알리기 위해 책을 쓰고 있다. 책
제목은 ‘한국, 아시아의 숨겨진 진주’로 정했다. 올해 안에 원고 작성을 끝내고 내년에 출판할 계획이다. 이미 출판사와 계약을
마쳤다. 그는 “헝가리에선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많은 아시아 국가의 왕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왕조는 상대적으로 낯설다”며
“한국의 문화는 그런 나라들만큼이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경남 양산 통도사, 강화도, 강원
평창 월정사, 강원 양양 낙산사, 제주도, 경주 양동마을 등 자신이 직접 가본 한국의 명소를 소개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월정사 등 한국의 절. 종교를 떠나 건축물,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 매우 인상 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입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은 여전히 한국하면 남북 간 갈등과 북한 미사일, 핵무기 등만 떠올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사모’ 회장…한국 친구도 많아
2007년 주한 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렌젤 대사는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들의 모임(한사모)’ 회장을 맡고 있다. 렌젤 대사를
비롯해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 성 김 미국 대사, 쩐쫑또안 베트남 대사,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 등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주한 대사들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이 회원이다.
2002년 초 당시 국회의장이던 이 전 의장 주도로
한국어에 능통한 주한 외국대사 6명이 한국의 정치, 경제, 외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부부 동반으로 오찬을 하며 친목을 다진다. 처음에는 이 전 의장이 매달 모임을 주재했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특별히 주제를 정하지 않고 한국 경제나 정치 상황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합니다. 이 전 의장은 좋은 선생님이지요. 한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는 새로 시작한 드라마 ‘아이리스2’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헝가리에서 촬영한
부분이 많거든요.”
렌젤 대사는 한사모 외에도 많은 모임에 참석한다. 헝가리와 관련이 있는 모임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친목을 위한 자리다.
특히 일삼회 동료들과 친하다. 일삼회는 특수잉크와 산업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일삼의 정우철 회장이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출장 등 급한 일이 있을 때만 빼고는 꼭 참여한다. 한국의 철학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다.
매월 세 번째 목요일마다 만나는 삼목회와 세 번째 토요일마다 서울시립대에서 테니스를 치는 삼토회에도 자주 나간다. 테니스를 치지 않는 토요일 오전에는 외국인팀 선수로 축구도 한다.
“1991년만 해도 외국인이라고는 미군밖에 없었습니다. 개방이 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인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친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죠. 한국 친구들을 만나 한국에 대해 배우는 것은 저에게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헝가리 투자하기 좋아”
한국 친구들에게 한국을 배웠다면 피자는 이탈리아 친구에게 배웠다며 필로네 마리게리타 피자를 집어 들었다. 이전에는 다른 토핑이
많이 들어간 피자를 좋아했지만 진짜 피자는 마리게리타라는 말에 이제는 이것만 먹는다고 했다. 특히 트레비아의 마리게리타 피자는
필로네 모차렐라 치즈를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틀리아 지방의 플리제사에서 생산된 치즈로 유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우유향이 강하다며 한 조각을 권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묻자 외교관으로서 한국과의 인연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반도’에서 산 것은 총 14년. 2007년부터 지금까지 6년, 주한 헝가리 대사관 1등 서기관 및 공관
차석으로 1993년부터 97년까지 4년 동안 일한 것을 포함해 한국에서 10년을 지냈다. 그리고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을 북한에서 살았다.
“헝가리는 유럽진출 교두보 … 한국기업 투자 희망”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북한에서 일하던 4년이었습니다. 그때는 헝가리가 한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로 북한과의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지요.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북한에 있던 외교관들은 모두 추방당했습니다. 북한은 헝가리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체결한 것이 배신이라고 생각했죠.”
1988년 헝가리는 서울올림픽에 참여하면서 1989년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한국이 처음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사회주의 국가다. 이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갖는 등 한국의 북방외교가 꽃을 피우는 좋은 계기였지만 렌젤 대사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다.
렌젤 대사는 올해 6월이면 헝가리로 돌아간다. 한반도에서의 14년은 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좋아하는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와 관련된 일을 해 시간이 흐르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남은 기간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한국에 헝가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헝가리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올해로 24년째지만, 서로에 대해 알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할 수 있지요. 한국에 새로운 정부도 들어선 만큼 두 나라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가깝게 만들고 떠나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헝가리에 더 많이 투자하길 바란다”며 “헝가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헝가리는 유럽 재정위기에서도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이 증가하고 있고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지키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공공부채도 2011년 80.6%에서 지난해 78.5%로 줄어들었다.
“헝가리에서 모스크바,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모두 같은 거리입니다. 유럽의 중심지로서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적합하지요. 낮은 임금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많고 고속도로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투자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미클로시 렌젤 대사의 단골집 트레비아 매콤한 초리조 피자에 카프레제 샐러드 인기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트레비아’는 피자 전문점이다. 담백한 이탈리아 피자 본연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이스트와 소금으로 매일 아침 구운 빵으로 피자를 만드는 것이 맛의 비결.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콤한 ‘초리조 피자’(한 조각 6300원)가 유명하다.
짭조름한 스페인 소시지와 파프리카,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맵싸한 토마토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탈리아산 생 모차렐라와 함께
이탈리아 토마토의 탄력 있는 식감을 재현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카프레제 샐러드’(1만3500원)도 인기 메뉴다.
고르곤졸라, 생 모차렐라, 고다, 브리 등 네 가지 치즈로 만든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5500원), 이탈리아 플리제사
지방에서 생산한 필로네 모차렐라를 사용한 ‘필로네 마리게리타 피자’(6300원) 등은 한 조각에 5500~7500원이다. 샐러드는 7000~1만3500원. (02)794-6003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5일 서울 이태원동의 피자전문점 ‘트레비아’에서 만난 미클로시 렌젤 주한 헝가리 대사는 뜻밖에 능숙한 한국어로 왕릉 예찬론을
폈다.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의 왕릉은 잘 알면서도, 막상 서울 가까이에 있는 조선시대 왕릉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40여개의 조선시대 왕릉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도 등에 분포해 있습니다. 경기 구리에 있는 동구릉이 대표적입니다.
외국인들이 찾기에도 매력적인 장소예요.”
동구릉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는 사이 치아바타와 파라도우, 포카치아 등 세
가지의 빵이 고르곤졸라, 고다, 브리, 에멘탈 등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치즈와 함께 나왔다. 이탈리아산 천연 이스트와 소금을
반죽해 매일 아침 구워낸 파라도우는 바삭하고 고소했다. 렌젤 대사는 “반죽에 콩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파라도우와 같은 반죽을 사용하지만 통통하게 구워내 쫄깃한 느낌을 주는 치아바타와 토마토소스, 올리브오일로 구워 담백한 맛을 내는
포카치아도 일품이라고 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숨은 진주”
렌젤 대사는 이탈리아 제품인
푸른곰팡이 치즈 고르곤졸라를 빵에 바르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헝가리 대사로 한국에 부임한 것은 2007년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1980년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에 다닐 때 시작됐다고. 국제학부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를 배운 그는 뉴스를
이해할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다.
“매일 저녁 뉴스를 보며 한국어와 한국사회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당장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날 한국 신문과 영어 신문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죠.”
그는 두 번째로 나온 카프레제 샐러드를 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트레비아에서 나오는 카프레제 샐러드는 다른 곳과는 달리
방울토마토를 사용한다. 식감이 쫄깃하고 탄력 있는 방울토마토가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 모차렐라 치즈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담아내 멋도 살렸다.
렌젤 대사는 요즘 한국을 헝가리에 알리기 위해 책을 쓰고 있다. 책
제목은 ‘한국, 아시아의 숨겨진 진주’로 정했다. 올해 안에 원고 작성을 끝내고 내년에 출판할 계획이다. 이미 출판사와 계약을
마쳤다. 그는 “헝가리에선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많은 아시아 국가의 왕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왕조는 상대적으로 낯설다”며
“한국의 문화는 그런 나라들만큼이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경남 양산 통도사, 강화도, 강원
평창 월정사, 강원 양양 낙산사, 제주도, 경주 양동마을 등 자신이 직접 가본 한국의 명소를 소개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월정사 등 한국의 절. 종교를 떠나 건축물,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 매우 인상 깊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곳입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은 여전히 한국하면 남북 간 갈등과 북한 미사일, 핵무기 등만 떠올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사모’ 회장…한국 친구도 많아
2007년 주한 헝가리 대사로 부임한 렌젤 대사는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들의 모임(한사모)’ 회장을 맡고 있다. 렌젤 대사를
비롯해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 성 김 미국 대사, 쩐쫑또안 베트남 대사,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 등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주한 대사들과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이 회원이다.
2002년 초 당시 국회의장이던 이 전 의장 주도로
한국어에 능통한 주한 외국대사 6명이 한국의 정치, 경제, 외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부부 동반으로 오찬을 하며 친목을 다진다. 처음에는 이 전 의장이 매달 모임을 주재했지만 지금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특별히 주제를 정하지 않고 한국 경제나 정치 상황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합니다. 이 전 의장은 좋은 선생님이지요. 한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모임에서는 새로 시작한 드라마 ‘아이리스2’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헝가리에서 촬영한
부분이 많거든요.”
렌젤 대사는 한사모 외에도 많은 모임에 참석한다. 헝가리와 관련이 있는 모임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친목을 위한 자리다.
특히 일삼회 동료들과 친하다. 일삼회는 특수잉크와 산업용 페인트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일삼의 정우철 회장이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다. 출장 등 급한 일이 있을 때만 빼고는 꼭 참여한다. 한국의 철학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다.
매월 세 번째 목요일마다 만나는 삼목회와 세 번째 토요일마다 서울시립대에서 테니스를 치는 삼토회에도 자주 나간다. 테니스를 치지 않는 토요일 오전에는 외국인팀 선수로 축구도 한다.
“1991년만 해도 외국인이라고는 미군밖에 없었습니다. 개방이 됐다고는 하지만 한국인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친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죠. 한국 친구들을 만나 한국에 대해 배우는 것은 저에게도 소중한 시간입니다.”
◆“헝가리 투자하기 좋아”
한국 친구들에게 한국을 배웠다면 피자는 이탈리아 친구에게 배웠다며 필로네 마리게리타 피자를 집어 들었다. 이전에는 다른 토핑이
많이 들어간 피자를 좋아했지만 진짜 피자는 마리게리타라는 말에 이제는 이것만 먹는다고 했다. 특히 트레비아의 마리게리타 피자는
필로네 모차렐라 치즈를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틀리아 지방의 플리제사에서 생산된 치즈로 유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우유향이 강하다며 한 조각을 권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묻자 외교관으로서 한국과의 인연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반도’에서 산 것은 총 14년. 2007년부터 지금까지 6년, 주한 헝가리 대사관 1등 서기관 및 공관
차석으로 1993년부터 97년까지 4년 동안 일한 것을 포함해 한국에서 10년을 지냈다. 그리고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을 북한에서 살았다.
“헝가리는 유럽진출 교두보 … 한국기업 투자 희망”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북한에서 일하던 4년이었습니다. 그때는 헝가리가 한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로 북한과의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지요.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북한에 있던 외교관들은 모두 추방당했습니다. 북한은 헝가리가 한국과 외교관계를 체결한 것이 배신이라고 생각했죠.”
1988년 헝가리는 서울올림픽에 참여하면서 1989년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 한국이 처음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사회주의 국가다. 이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등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갖는 등 한국의 북방외교가 꽃을 피우는 좋은 계기였지만 렌젤 대사에겐 가장 힘든 시기였다.
렌젤 대사는 올해 6월이면 헝가리로 돌아간다. 한반도에서의 14년은 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좋아하는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와 관련된 일을 해 시간이 흐르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남은 기간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한국에 헝가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헝가리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올해로 24년째지만, 서로에 대해 알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할 수 있지요. 한국에 새로운 정부도 들어선 만큼 두 나라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가깝게 만들고 떠나고 싶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헝가리에 더 많이 투자하길 바란다”며 “헝가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헝가리는 유럽 재정위기에서도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이 증가하고 있고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지키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공공부채도 2011년 80.6%에서 지난해 78.5%로 줄어들었다.
“헝가리에서 모스크바,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모두 같은 거리입니다. 유럽의 중심지로서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적합하지요. 낮은 임금에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노동력이 많고 고속도로 등 인프라도 잘 갖춰져 투자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미클로시 렌젤 대사의 단골집 트레비아 매콤한 초리조 피자에 카프레제 샐러드 인기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트레비아’는 피자 전문점이다. 담백한 이탈리아 피자 본연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한 이스트와 소금으로 매일 아침 구운 빵으로 피자를 만드는 것이 맛의 비결.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매콤한 ‘초리조 피자’(한 조각 6300원)가 유명하다.
짭조름한 스페인 소시지와 파프리카,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맵싸한 토마토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탈리아산 생 모차렐라와 함께
이탈리아 토마토의 탄력 있는 식감을 재현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카프레제 샐러드’(1만3500원)도 인기 메뉴다.
고르곤졸라, 생 모차렐라, 고다, 브리 등 네 가지 치즈로 만든 ‘콰트로 포르마지 피자’(5500원), 이탈리아 플리제사
지방에서 생산한 필로네 모차렐라를 사용한 ‘필로네 마리게리타 피자’(6300원) 등은 한 조각에 5500~7500원이다. 샐러드는 7000~1만3500원. (02)794-6003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