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흔들리는 고용·부자증세…"몇 달간 일자리 계속 줄 것"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경제자문관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3월 고용지표를 보고
“미국 경제가 올해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신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락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2%만 성장해도 다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고용지표가 미국 경제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비농업 부문의 신규 고용(8만8000명)은 2월(26만80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업률은 7.6%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착시 효과’였다. 장기간 직장을
찾지 못해 구직전선에서 이탈한 사람과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가 49만명 감소한 탓이다. 그
결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1979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 2월 예상 밖 호조를 보였던 미국 고용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지난달 초 발동된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앨런 크루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프린스턴대 교수)은 “시퀘스터 발동 전까지 경제가 순항했지만 불필요한 정부 예산삭감이
노동시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달 동안 시퀘스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전히 해질녘 어둠은 가시지 않았다”며 “미국의 향후 고용시장과 경기 전망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Fed)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적완화 속도조절론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주에 나올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0일 메디케어(노인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 등 복지예산 축소와 부유층 세제혜택
축소를 골자로 하는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하원은 대통령에게 더 이상의 증세는 수용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복지예산 삭감은 오바마 대통령의 배신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이미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