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 6일자 1면에 보도한 ‘36년째 통계조사원의 한숨’은 통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방문조사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통계부터가 팩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표본가구수(8700가구)가 적은 데다 스스로 소득을 밝히길 꺼리거나 대상자를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위 ‘죽은 통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서 상위 1%의 연평균소득은 1억2169만원이지만,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세청의 과세자 1326만명의 소득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선 상위 1%가 3억8120만원이었다. 또 통계청이 계산한 중위소득이 3150만원인데 국세청 자료로는 2510만원에 그쳤다. 이런 간극 탓에 우리 사회의 중산층 비중은 55.5%에서 67.7%까지 고무줄이 된다. 물론 가구 소득과 국세청 개인 납세자의 통계는 가구와 개인이라는 면에서 전체 모수 자체가 달라 비교가 어렵다. 소득자 상위 1%와 가구 1%의 집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차이를 방치한 채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정부의 ‘중산층 70%, 고용률 70% 달성’이란 국정목표가 무슨 통계를 기준으로 삼는지부터 혼란스러워진다. 이런 문제는 고용, 물가, 건강, 범죄 등 다른 통계들에서도 정도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900여개 국가승인 통계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과 품질개선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통계를 입맛대로 가공하는 정치적 편집이다. 소위 전문가 집단이 악의적으로 통계를 왜곡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만 제시한다면 팩트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만다. 이런 통계는 언제든 세상을 지옥으로 묘사하거나, 자신들의 업적을 과장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한다. 예컨대 최근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부상한 가구소득 양극화만 하더라도 1인가구 급증이란 트렌드를 간과한 통계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농가소득도 65세 이상 고령자 포함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이런 통계는 사회적 지대(地代)와 불로소득, 행정 낭비의 원천이 된다.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고 조사기법을 개선해 현실 반영도를 제고하는 일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