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 업무시간 절반 '딴짓'
유통회사 고객서비스(CS)팀에 근무하는 강연호 씨(가명)는 하루 근무시간 중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하는 일이 잦다. 상사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메신저 창을 투명하게 만든 다음 급할 때는 컴퓨터 화면을 재빨리 전환한다. 강씨는 “일이 몰리는 시간이 지나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친구들과 잡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시간의 절반을 개인적인 인터넷 쇼핑에 할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직장인들은 하루 업무시간 중 평균 52%를 개인활동이나 비효율적 업무에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낭비되는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 한영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직장인 생산성 인식 실태에 관한 보고서 ‘성장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하루 업무시간 9시간30분(점심시간 1시간 포함) 중 22.4%에 달하는 1시간54분을 동료와의 잡담, 메신저 대화, 인터넷 검색 등 개인활동에 소비하고 있다. 또 38%에 달하는 2시간30분을 불분명한 지시에 따른 중복작업, 불필요한 회의 등 비효율적 업무에 사용한다. 이를 통계청의 ‘2011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포함된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수와 직장인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46조원을 낭비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언스트앤영 한영은 하루 낭비시간을 30% 줄여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면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연간 44조원의 추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