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준비안된 복지' 복지대상자 1천만명 시대…행정 현장은 '신음중'
“인력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복지현장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내년까지 대폭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외로 현장 공무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업무 강도가 센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등의 복지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데다
일반 행정직과 복지직 간 ‘칸막이 현상’이 심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청주시 흥덕구청
주민복지과의 김기석 주무관은 7일 기자와 만나 “사회복지직 직원이 읍·면·동 주민센터에 새로 배치되면 복지업무를 담당하던 기존
베테랑 행정직 직원이 다른 부서로 이동해 버린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복지 공무원 숫자를 늘려도 일선 현장은 신참 공무원들로
채워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올 들어 자살한 3명의 복지공무원 모두 근무경력 1년이 채 안 된 사람들”이라며
“증원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내 인력 운용과
업무 배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 모 구청의 한 관계자는 “가끔 일선 주민센터를 둘러보면
한쪽(복지부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또 다른 한쪽에선 한담을 즐기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지자체장이 보다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 인력 충원만으로 이미 곪아터진 복지행정의 난맥상을 단기간에
치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내년 7월부터 기초연금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복지 대상자가 140만명가량 더 늘어난다. 서울
서대문구와 성동구처럼 복지확대에 맞춰 대대적인 조직·인력 개편을 한 지자체는 극소수다. 서대문구는 주민센터 공무원의 70% 이상을
복지업무에 투입했다. 대신 주민등록, 인감, 제증명 발급 등의 행정업무는 무인민원발급기 20대를 도입해 대체했다.

최근 복지 공무원들이 업무 과다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늘어나는 복지행정 수요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도 시행을 앞두고 학계와 연구기관들은 복지공무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았다. 2006년 11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은 “2015년까지 사회복지 공무원을 4만407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당시 복지공무원 숫자는 1만4891명이었다. 그럼에도 물밑에선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 사이에
복지 공무원들이 돌봐야 할 대상자는 2007년 400여만명에서 올 들어 100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2009년
11월 감사원까지 나섰다. 감사원은 “사회복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그동안 늘어난 인원도 실제 필요한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인력부족 문제 못지않게 인력 투입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이다. 내년까지 총 3년간 복지공무원을
7000명 더 늘리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복지현장에서 동떨어진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용준/청주=임호범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