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T 홍콩콘퍼런스] 세계적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한국 저성장 극복하려면 日실패서 교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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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와 한경이 함께하는 CHANGING OF THE GUARD?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기술혁신으로 경쟁력 유지해야
세계는 다극화 체제로 재편…유로존, 시장압력에 해체될 수도
성장률 둔화는 필연적…기술혁신으로 경쟁력 유지해야
세계는 다극화 체제로 재편…유로존, 시장압력에 해체될 수도
![[INET 홍콩콘퍼런스] 세계적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한국 저성장 극복하려면 日실패서 교훈 찾아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304/AA.7325331.1.jpg)
세계적인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48·사진)는 지난 6일 홍콩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삼성전자와 같은 리더 기업이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재정·통화정책 측면에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던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거슨 교수는 “아프리카 가나 수준의 경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고 삼성전자 같은 하이테크 리더가 나온 한국은 세계 경제사의 ‘진짜 기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와 같은 초고속 성장세는 결코 영원히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며 “성장률 둔화는 미국 영국 일본 모두가 경험했던 일반 법칙인 만큼 그에 맞춘 대비책을 찾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현실적으로 한국이 맞이할 수 있는 ‘악몽’은 20년간 제로성장과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의 늪을 허우적댔던 일본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의 실패 사례를 상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사적 변동에 대해서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교해 보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아시아의 성장, 국제화 유지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재 처한 위기가 대공황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고 기간도 짧다”고 진단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후 재정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졌고, 아시아 시장이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성장한 데다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한 1930년대와 달리 국제화도 타격을 받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찰스 P 킨들버거 전 MIT 교수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 발생했던 이유로 영국은 리더십을 상실하고, 미국은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는 리더십 분할 탓으로 분석했다”며 “하지만 21세기 위기에 미국, 유럽, 중국, 신흥국 등 더 많은 나라들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퍼거슨 교수는 “중국의 미국 따라잡기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워싱턴 정책 당국자들이 냉전 시기의 봉쇄정책 같은 길을 추구할지, 아니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것과 같은 ‘상호 파트너십 발전’을 사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세계 판도에 대해선 당분간 다극화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퍼거슨 교수는 “2007년께 이후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강한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어 단기간에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으로 단언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력한 차기 패권 후보인 중국에 대해선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법치 확립과 제도개혁, 공산당 지배체제의 한계, 부패와 민주화 등 해결하기 벅찬 과제가 적지 않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21세기 세계 경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동아시아, 남아시아, 남미 등의 성장 국가들이 다(多)중심 체제를 이루는 반면 19세기의 리더였던 유럽은 21세기의 문제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재정위기 해법에 대해선 “유럽은 각국이 주권을 양보한 진정한 연방제를 이루든지 단일통화체제가 붕괴되든지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유럽인과 정치인이 유로존 붕괴를 원치 않으면서 각국의 주권이 약해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퍼거슨 교수는 “1930년대 누구도 금본위제 붕괴를 원치 않았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힘에 압도돼 금본위제가 붕괴된 것처럼 유로존도 시장 압력으로 해체될 수 있다”며 “당장 이번주에 시행이 필요한 은행연합 같은 정책마저 언제 이룰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전망했다.
홍콩=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