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한국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 주연해 흥행에 성공한 ‘지아이조2’.
이병헌이 한국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 주연해 흥행에 성공한 ‘지아이조2’.
“성룡과 이연걸, 주윤발 등 홍콩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기를 눈여겨봤습니다. 처음에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 작은 배역이나 악당으로 출연한 뒤 주연으로 발돋움하더군요. 이병헌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했습니다.”

이병헌 할리우드 진출 성공 비법 "역동적 맨몸 연기 적중…美서도 이젠 사인 공세"
한국 배우 최초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해 흥행에 성공한 이병헌의 매니저인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39·사진)는 성공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이병헌이 주연한 할리우드 액션영화 ‘지아이조 2’는 지난달 말부터 한국과 미국 등에서 개봉해 첫 주 5개국에서 박스오피스(영화흥행수입) 정상에 섰다. 8일 현재 한국에서 157만명을 동원했고, 세계적으로 2억300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 중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에 맞선 지아이조 대원들의 활약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슨에 이어 세 번째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스톰 섀도라는 닌자 역으로 검술과 동양 무술을 구사하며 역동적인 몸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미국 만화 원작에서는 스톰 섀도가 대부분 흰 복면을 쓴 채 등장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병헌의 복면을 벗겼습니다. 1편에서는 80% 이상 장면에서 복면을 쓴 채 등장했지요. 그러나 1편을 개봉한 뒤 아시아 시장에서 이병헌의 인기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할리우드 제작진이 알게 됐어요. 첫 편 당시 이병헌을 알아보지 못했던 미국인들도 이제는 사인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먼저 문을 두드렸던 한국 배우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동건 전지현 송혜교 등은 미국 독립영화나 예산이 적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박중훈이 조연으로 나온 메이저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비(정지훈)와 배두나는 ‘한물 간’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주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우리는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데 서두르지 않았어요. 미국 에이전트사와 계약한 뒤 2년 이상 숱한 제안을 검토했지만 결정을 미뤘어요. SF나 판타지 각본들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감이 오지 않더군요. 확신이 설 때까지 장고(長考)를 했어요.”

이병헌의 할리우드 도전은 2005년부터 본격화됐다. 그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칸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은 뒤 미국 최대 에이전트업체인 CAA와 계약했다. ‘지아이조’의 출연 계약은 2007년 이뤄졌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그림이 그려졌지만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복면을 쓴 조역이니까요. 그러나 재미교포 에이전트가 한국의 ‘독수리 5형제’처럼 미국에서는 유명한 만화 원작이니까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강추’하더군요.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병헌씨와 저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병헌의 장점은 일단 선택하면 ‘올인’하는 겁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라는 책임감을 갖고 임했어요.”

손 대표는 2001년 연예기획사 싸이클론에서 이병헌을 담당하는 팀장급 매니저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손 대표의 역량을 간파한 이병헌은 동고동락하기로 약속하고 여러 기획사를 함께 옮겨 다니다가 2007년 자신의 이니셜을 딴 BH엔터테인먼트를 공동 설립했다. BH는 현재 고수 한효주 한가인 한채영 등 스타들을 거느린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로 성장했다. 소속 스타들도 이병헌처럼 할리우드 진출을 모색 중이다.

“올여름에는 원로 CIA 요원들을 다룬 할리우드 액션영화 ‘레드2’에서 이병헌이 브루스 윌리스의 라이벌로 등장해요. 앤서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등 거물들이 동반 출연하니까 이병헌의 인지도는 더 높아질 겁니다. 이병헌이 걸어온 길을 후배들이 그대로 따라온다면 앞으로 할리우드에는 한국 배우들이 많아질 겁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