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삼성 CB와 안철수 BW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드디어 공직선거 후보가 됐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서 각종 검증공세에 시달렸고 중도포기 이후에도 정치적 포지션이 시선집중 대상이었다. 지난 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등록을 마침으로써 ‘전 교수’ ‘전 후보’ 등 어색한 호칭을 마감하고 ‘후보’로 컴백했다.

대통령 예비후보시절 재산 관련 검증은 부동산 다운계약서와 안랩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집중됐다. 다운계약서는 거래 당시 관행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표명으로 슬쩍 넘어갔다. 그러나 안랩 BW는 삼성 전환사채(CB)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시민운동그룹이 캠프 주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공식 해명을 내놓을지 관심거리다.

채권을 먼저 인수한 다음 신주로 전환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은 일부 시민단체가 1996년 발행 삼성 에버랜드 CB에 대한 변칙증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안 후보도 당시는 안철수연구소였던 안랩의 1999년 발행 BW로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삼성은 CB를 통해 수천억원, 안 후보는 BW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한 평가차익을 얻었다는 것이 이쪽저쪽의 주장이다.

CB는 발행 당시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권리를 가진 증서다. CB와 주식을 어떤 비율로 교환할지를 정한 전환가격이 손익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BW는 회사채 인수를 조건으로 일정 기간 경과 후 일정 수량의 주식을 약정가격에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CB와 BW는 같아 보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CB는 사채 자체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이고, BW는 사채는 전액 상환해야 하고 신주인수권이 청구될 경우에만 약정금액을 받고 신주를 발행해 교부한다.

CB와 BW의 결정적 변수인 전환가격과 신주인수가격의 성격도 차이가 있다. CB 전환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주식전환 포기로 사채상환이 몰려 발행기업의 재무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LG카드 사태 당시 CB에 대한 전환권 포기로 사채상환이 몰려 위기가 급속히 악화됐었다.

BW는 신주인수가격과 상관없이 사채는 무조건 상환해야 하고 신주인수권은 시가가 약정가격보다 높을 경우 선택적으로 행사되는 것이다. CB 전환가격을 높이면 사채 상환압박이 증가된다. 그러나 BW 신주인수가격은 상환부담과는 상관없고, 낮게 잡을수록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만 높아진다. 따라서 평가차익의 부당성을 따진다면 안철수 BW가 삼성 CB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을 주주 지분율에 따라 균등하게 배정하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없다는 점이다. 잉여금을 재원으로 무상주를 배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부 주주가 사채인수를 포기할 경우 계열분리로 인한 주식 추가취득 금지와 같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인수포기를 결의한 주주 회사 이사의 배임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 주주 동의를 받은 정관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로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BW를 배정받은 안 후보의 경우도 세법상 근로소득 해당 여부에 대한 다툼은 있겠지만 적법성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삼성 대주주는 시민단체가 부당한 평가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에버랜드 주식을 한국장학재단과 삼성꿈장학재단에 출연했다. 최근 에버랜드는 가격협상 실랑이 끝에 두 재단 보유 자사주를 전부 매입했고, 이들 재단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장학금으로 소중하게 쓰고 있다. 삼성 CB는 법적으로 문제없는 정당한 거래였으나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불행한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세무전문학술지의 연구 결론이다.

삼성 CB를 겨냥했던 일부 시민단체 불화살이 안철수 BW 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메랑처럼 떠돌고 있다. 삼성 CB에 대한 ‘시비’만큼 안철수 BW를 들춰내 ‘비위’를 긁겠다는 일부 움직임은 소모적 과잉대응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leemm@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