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손배訴 준비

사업무산 용산 '패닉'

서울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주민들이 8일 새마을금고 강당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박찬종 법무법인 한우리 대표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용산개발 사업이 백지화됨에 따라 통합개발 지역에 포함된 서울 서부이촌동 주민 2200여가구와 투자자들의 피해가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게 주민들의 예측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2007년 용산개발 사업구역으로 편입된 이후 7년째 재산권 행사를 제약당해왔다. 서울시가 2007년 8월 말 이후 사업지 내 주택을 사서 입주하더라도 이주 대책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우니 집을 살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주민 중 상당수는 보상을 기대하고 평균 3억4000만원 이상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급등했던 집값이 폭락해 대출금 갚을 길이 막막해진다.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김찬 총무는 “보상이 늦어지면서 대출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나온 집만 현재까지 120여가구”라며 “사업 무산으로 경매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대책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상 계획을 믿고 생활비와 학자금, 이주 공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개발이 지연돼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됐다”며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따른 손해배송 청구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협의회 측 변론을 맡은 박찬종 변호사는 “용산개발 계획으로 공시지가가 올라 재산세가 최고 4배 늘어난 주민도 있다”며 “사업 무산으로 최대 3억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을 기대하며 6년간 기다린 주민들은 용산개발 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역과 노선을 점거하는 등의 강경 투쟁에 나설 계획이어서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