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남북경제협력 관련주(株)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밖에 없지만, 개성공단 중단이 실제 입주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9일 오후 2시 43분 현재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인디에프는 전날 대비 63원(7.49%) 급락한 778원에 거래되고 있다. 로만손은 4.45%, 신원은 2.72%, 좋은사람들은 1.28% 하락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북경협주는 연일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인디에프의 주가는 최근 일주일 동안 9.5% 이상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로만손은 7.8%, 좋은사람들은 5.4%, 신원은 4.4%씩 뒷걸음질쳤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북한 태양절인 오는 15일까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어 남북경협주들이 더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개성공단 중단이 실제 입주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일부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국내 또는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용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로만손은 개성공단에 시계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대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시계 사업부의 이익 기여도는 미미하기 때문에 시계 생산차질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또 "로만손 직원들이 전날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면서 무브먼트를 가져와 재고 2~3개월치를 확보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공장 폐쇄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복 업체 인디에프와 좋은사람들도 국내 공장 등에서 대체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좋은사람들 측은 "개성공단 생산이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연간 비중은 20%"라며 "국내 및 캄보디아 생산 기지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입주 업체들은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높지 않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생산이 재개되지 않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