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가는 길에 면세점에서 '김연아 립스틱'을 사 달란 부탁을 받았는데 동이 났답니다. 창피한 일 아닙니까?"

9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필요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상반된 논리를 폈다. 공항 측과 항공사들도 대립각을 세웠다. 찬성 측은 국민 여론과 승객 편의를, 반대 측은 입국절차 불편과 보안 문제 등을 내세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울산 동구)이 주최한 '여행객 3000만 명 시대를 대비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필요성' 주제의 정책토론회 자리였다. 현행법상 근거가 없어 국내 공항엔 출국장 면세점만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올의 립밤 제품 '어딕트 립글로우'까지 언급됐다. 이 제품은 지난달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바르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인기를 끌자 해외 여행객들이 출국 면세점에 들러 사가는 통에 동이 났다는 것.

안 의원은 "63개국 117개 공항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며 각종 설문조사 결과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80~90%가 면세점 설치에 찬성한다" 며 "출국 시 구매한 면세품을 여행기간 내내 들고 다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부 김명운 항공정책과장은 "이용자 편익 증진이란 문제의식을 갖고 '현장 중심 융합행정'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 이라며 "공항 운영 주무 부처로서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되 우려되는 문제점을 해결, 보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중국 베이징공항 등 해외 경쟁 공항은 입국장 면세점을 허용하고 있다" 며 "과거 제기된 입국장 면세점 불허 논리를 전면적·종합적으로 재검토해 국제 동향, 우리나라 공항 경쟁력, 이용자 편익 등을 고려한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재부는 입장이 달랐다. 주태현 관세제도과장은 "세계관세기구(WCO)는 출국자에 한해 면세품 판매를 권고하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도 입국장 면세점을 불허하고 있다"며 관세청 법무부 검역소도 과세 대상과 보안 문제 이유로 반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주 과장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와 관련해 10년 전부터 5차례나 법안 발의가 있었으나 모두 폐기된 것은 이런 문제점 때문" 이라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항 측은 찬성, 항공사 측은 반대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면세점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최훈 상업영업처장은 "공항의 패러다임 자체가 '머무름과 체험이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며 "세계 최고 수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공항에 딱 한 가지 없는 게 입국장 면세점"이라고 꼬집었다.

항공업계는 면세점 설치 시 입국 절차 지연으로 오히려 인천공항의 허브(HUB) 기능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30대 공항 70% 이상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며 "신속한 출입국 절차를 저해하는 쇼핑시설 설치는 여행객 편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안 의원은 지난해 11월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골자로 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 법안 통과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