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번호판 언제 또 쓸까 개성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9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귀환 근로자가 북한 번호판과 붉은 깃발을 떼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번호판 언제 또 쓸까 개성공단 운영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9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귀환 근로자가 북한 번호판과 붉은 깃발을 떼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회장 한재권)은 9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중소기업계 대표단을 구성해 북측에 파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전 연 회장단 회의에선 ‘공단 폐쇄’보다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은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라 50년 임차 조건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자본과 기술로 조성한 경제특구”라며 “공단 운영과 존폐여부 결정에서 우리 입주 중소기업들의 의견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은 다 죽어가는 중환자를 앞에 두고 병원과 환자 가족이 치료비를 가지고 싸우는 형국”이라며 “북한이 조속한 개성공단 정상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등 텅 빈 상태라고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말했다. 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된 이후 기계 소리가 완전히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금속 제조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 내에서도 남아 있는 물자나 식자재가 거의 없으니 현지 법인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철수시키자는 의견과 남아서 끝까지 지켜보자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북한 측이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절반 이하의 생산공정만 거친 제품)은 남한으로 반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반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제조공정을 마무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가동 중단 상황이 지속되면 거의 줄도산에 처할 정도로 위기에 있는 기업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 도발→전면 폐쇄→재산 몰수’와 같은 금강산 관광사업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대출금 회수를 자제하라고 이날 요청했다. 개성공단에 유일한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지난 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1000억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현대아산은 3일부터 운영했던 상황실을 비상대책위원회로 확대 전환했다. 김종학 사장이 위원장이 돼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황 파악, 대책 수립, 후속 조치 등을 할 계획이다.

은정진/박신영/서욱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