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이 9일 대선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이 9일 대선평가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9일 공개한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작년 총선과 대선 때 당권을 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에게 있다고 적시했다. 이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5·4 전당대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70쪽 분량의 보고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 미흡 △당 지도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 취약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방만한 선대위 구성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정치역량과 결단력 유약 등 6가지를 꼽았다.

보고서는 또 당내 설문조사를 토대로 주요 인사들의 정치적 책임을 수치화한 결과도 공개했다. 책임을 가장 많이 져야 하는 인사로는 76.3점(100점 만점)을 받은 한명숙 전 대표가 지목됐다. 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민심 이반으로 야당의 국회 과반의석 확보가 점쳐졌던 4·11 총선에서 공천 실패 등으로 패배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자리를 나눠 가지면서 ‘이박 담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해찬 전 대표(72.3점)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67.2점) 등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문재인 전 후보(66.9점)와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64.6점)도 뒤를 이었다.

평가위는 “민주당에는 정치적 책임윤리가 거의 빈사상태에 있다. 지도부가 자신의 책임을 깊이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 전 대표와 문 전 후보 등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책임 요구를 적어놓았다.

석 달 만에 나온 보고서는 당장 12일 열리는 대표 예비경선(컷오프)과 5·4 전당대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원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비주류계의 유력 후보인 김한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당과 지역의 핵심 자리에 들어서 있는 친노 인사들이 뭉쳐 후보 단일화에 나서거나 역풍이 일면 장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날 이미 친노인사들 사이에선 “보고서 수위가 너무 높다”거나 “문 전 후보는 민주당이 영입해놓고 이제와서 책임론자로 명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등의 반발이 튀어 나온 상황이다.

한편에선 보고서가 “향후 민주당은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념에 치우친 정치력을 가진 후보자보다 정책을 강조하는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