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업계 2위 업체인 청호나이스(사장 이석호)가 최근 정수기 등 렌털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1위 업체인 코웨이(사장 홍준기)가 사모펀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렌털 가격을 인상하자 청호나이스는 가격 인하로 맞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호나이스는 이달 1일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주력 제품 ‘이과수 냉정수기’와 ‘이과수 정수기’ 한 달 렌털 가격을 기존 3만5000원, 2만5000원에서 각각 2만9900원, 1만9900원으로 내렸다. 두 제품 모두 똑같이 5100원씩 내렸다. 인하율은 이과수 냉정수기 14.5%, 이과수 정수기가 20.4%다. 이 회사의 정수기 렌털 가격이 1만원대로 내려간 것은 창립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청호나이스는 또 정수기(8개)와 청정기(2개), 비데(1개), 연수기(1개) 등 총 12개 제품에 한해 3년간 사용할 경우 등록비를 면제하고 렌털 가격을 월 최대 4000원 할인해주는 ‘특별 규정’도 만들어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대표제품 가격을 내리고 특별 규정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청호나이스의 가격 인하 조치가 코웨이를 정조준했다고 보고 있다. 코웨이는 제품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이달 1일부터 정수기 등 전 제품군의 렌털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2006년 5% 인상한 데 이어 7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가 렌털 가격을 인상한다는 사실이 지난달 말 알려진 뒤 청호나이스가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코웨이 제품 사용자들까지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청호나이스는 12~13%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정반대 가격 정책을 선택함에 따라 동양매직, 교원L&C, 쿠쿠전자 등 경쟁사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