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도자기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겁니다. 선진국형 식문화에 걸맞은 식기거든요.”

김성수 젠한국 회장(65)은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도자기가 고급 식기로 자리잡았고 국내에서도 슬로푸드(천천히 조리해 즐기며 먹는 음식) 문화가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도자기는 높은 온도의 불로 조리해도 환경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고 변형도 없는 건강한 원료”라고 말했다. 도자기 그릇을 쓰는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도자기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얘기다.

그는 도자기 업계에서 창업자 집안 출신으로 도자기를 직접 만드는 기술자로도 유명하다. 김종호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4남인 그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공업연구소에 다니다 1973년 한국도자기에 연구실장으로 합류했다. 본차이나(고급 도자기의 대명사) 국산화와 슈퍼스트롱 자기(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도자기)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1994년에는 한국도자기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도자기 후계자는 장남인 김동수 회장이었다.

김성수 회장은 1996년 대표직을 그만두면서 한국도자기 해외부문만 떼어내 ‘젠한국’을 설립했다. 김 회장이 생산과 기술 개발을 주도했고 공예를 전공한 부인 이현자 사장(66)이 디자인을 총괄했다.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에 이어 국내 3강에 진입한 젠한국은 올해 초 꿈에 그리던 본사 사옥을 서울 도곡동에 마련했다. 본사 1층에 100평 규모의 플래그숍도 이날 열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엔 인덕션레인지(자기장으로 가열하는 조리기기)에 적합한 뚝배기 도자기 ‘젠쿡’, 하반기엔 영국 디자이너 레이첼 바커가 디자인한 고급 브랜드 ‘레이첼 바커’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레녹스, 노리다케, 빌레로이&보흐 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면서 몸집을 키워온 전략을 바꿔 자체 브랜드를 갖겠다는 게 김 회장의 꿈이다. 레이첼 바커, 젠쿡, 젠, 디자이너스길드 등 자체 브랜드 비중을 2~3년 내 매출의 절반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90억원이다.

김 회장은 “대용량 도자기 김치통을 만들자고 했을 땐 모든 직원이 반대했으나 나는 고집스럽게 3년간 매달렸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능성 제품들이 인기를 끌어 극심한 도자기업계 불황 속에서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회장이 갖고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기술력과 생산성이다. 좋은 도자기의 핵심은 ‘좋은 원료로 균질하게 구워내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젠한국의 생산 거점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장은 단일 도자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직원 1900여명이 연간 2000여만장의 도자기를 생산한다.

김 회장은 올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의 저가제품 물량 공세와 혼수 도자기 수요 감소 등이 겹치면서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올해 내수시장에서 30%, 해외에서 10%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