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코리아…주부·군인까지 '한탕 덫'
대한민국이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한방’을 노리고 인터넷 불법 스포츠토토 광풍에 휩쓸려 수천만원을 잃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평범한 직장인 등 4명이 목숨을 끊었다. 유명 방송인 김용만 씨는 심심풀이로 시작한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13억원을 베팅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평범한 대학생과 가정주부는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 빠져 학업과 가정을 팽개치고 도박 중독자로 전락했다. 총 대신 스마트폰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서핑하며 시간을 허비하다 경찰에 적발된 군인에게 국방의 의무는 뒷전이었다.

◆1800명 적발…대학생 주부 군인까지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9일 도박개장 등 혐의로 운영자 이모씨(52·여)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사이트 관리자 유모씨(29)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회원으로 가입해 1000만원 이상을 베팅한 혐의(상습도박)로 김모씨(35·여) 등 18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스포츠 토토 적발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씨 등은 2011년 1~6월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등 200여개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99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스포츠 중계방송 프로그램에 배너광고 등으로 5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 954개도 구입했다.

도박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로그인해 회원가입을 하고 게임에 돈을 건 뒤 승패에 따라 배당을 받았다. 미리 돈을 입금시켜 게임머니로 환전한 뒤 승패를 맞히면 곧바로 계좌에 입금받는 식이다. 학원 강사 서모씨(33)는 2119회에 걸쳐 7억8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모씨(41) 등 4명은 수천만원을 잃고 신용불량자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스포츠토토 규모는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불법 도박 규모 75조1000억원의 10.1%에 달한다.

◆휴대폰 문자로 13억원 걸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이날 불법 인터넷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 등을 통해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로 김용만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불법 인터넷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와 휴대폰을 이용한 도박 방식인 ‘맞대기’를 통해 13억3500만원에 달하는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맞대기란 운영자가 휴대폰으로 회원들에게 특정 스포츠경기가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면 회원들은 해당 경기의 승리 예상팀에 일정한 금액을 걸었다고 문자를 보내 배당률 등을 확정하는 방식의 도박이다.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 한탕주의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극단적인 한탕주의 심리 탓에 불법 도박이 횡행한다고 진단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열악해진 생활여건을 한방에 벗어나려는 로또심리의 발현”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할 때 한탕주의 심리가 만연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등으로 도박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심재훈 광역수사대장은 “도박자들은 주부에 군인까지 거의 전 직업, 전 계층을 망라했다”며 “스마트폰 보금으로 인터넷 접속이 용이해 도박에 쉽게 중독됐다”고 설명했다.

수원=김인완/정소람/홍선표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