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해진 '공룡펀드'
설정액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들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인 ‘교보악사파워인덱스1’이 지난 1년 새 최대 규모 펀드로 부상한 반면 대표적 대형 성장주 펀드인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는 설정액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어 ‘1조 펀드’ 그룹에서 탈락했다.

9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중 설정액 1조원 이상인 펀드는 1년 전 11개에서 10개로 줄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3조5938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조3732억원(4.4%)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증시 부진과 환매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1조 펀드’에서 탈락한 펀드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다. 지난해 1조93억원이던 설정액이 지금은 58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4.73%, 최근 1년간 -6.57% 등 수익률이 시장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여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1조 펀드’들은 펀드 환매 속에서도 1조원대 규모를 지켰지만 대부분 1년 전보다는 덩치(설정액)가 작아졌다. 특히 국내 주식형 내 최대 펀드로 꼽혔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는 3116억원이 빠져나가 4위로 내려앉았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99%로 ‘1조 펀드’ 중에서 가장 나빴다.

반면 ‘교보악사파워인덱스1’에는 꾸준히 자금이 몰려 1년 새 설정액이 2배 늘어났다. 공모펀드 중 최대 펀드(2조6232억원)로 부상했다. 해외 주식형인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와 함께 설정액이 2조원을 넘는 초대형펀드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74%로 저조하지만 1년(-4.13%), 3년(18.54%) 등 장기 성과가 견조한 인덱스펀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년간 11.52%의 수익을 올린 ‘KB밸류포커스자’ 역시 지난해 1조987억원이던 설정액이 지금은 1조5065억원으로 증가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우수한 장기 성과로 설정액이 1조원대로 불어난 펀드도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 대응이 민첩하지 않아 양호한 성과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