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3세들, 경영권 방어 총력전
조현준 (주)효성 사장은 최근 한 달 사이에 자사주를 사느라 124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달 18일 8억여원을 들여 효성 주식 1만5100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9일 2만6725주에 이르기까지 총 8회에 걸쳐 23만7281주를 취득했다.

조 사장의 막내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은 지난달 형보다 더 많은 164억원을 효성 주식을 사는 데에 투자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달 7일 10만1000주를 54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13일까지 다섯 차례에 나눠 총 30만2986주를 매수했다. 두 사람 모두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주식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경쟁적으로 효성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는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때문이다. 중공업 부문을 맡았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월28일 사내 모든 직책을 내놓고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이어 3월4일 증시 개장 직전 시간외 거래로 보유 중이던 효성 지분 7.18% 중 6.84%(240만주)를 골드만삭스를 통해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매각했다. 그는 조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만류에도 지분 처분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의 갑작스런 지분 정리로 조 회장과 세 아들, 손자 등 친인척 지분율은 33.22%에서 26.38%로 낮아졌다. 연초 이후 6만원대를 유지하던 효성 주가도 5만원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데다 지분율 하락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장남과 삼남이 잇달아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추가 매입으로 조 사장의 지분율은 7.26%에서 7.93%로, 삼남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7.90%에서 8.76%로 각각 올라섰다. 친인척 지분율 합계는 26.38%에서 27.91%로 소폭 높아졌다. 9일 종가(5만2700원) 기준으로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기려면 380억원, 차남이 지분을 팔기 직전 수준으로 원상회복하려면 980억원이 각각 필요하다.

효성 관계자는 “조 사장 등은 앞으로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