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몰락하면서 ‘퇴물’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남긴 긍정적 유산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복지병 수술’이 대표적이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과도한 복지 시스템에 칼을 대 영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퍼주기식 복지’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처 시대를 겪으면서 영국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복지 제도를 재설계했는데 우리는 오히려 과거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 개혁도 대처의 대표적 업적이다. 오 교수는 “대처는 재임 기간(1979년 5월~1990년 11월)에 복지 개혁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46%에서 영국 역사상 최저 수준인 32%까지 낮췄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해 영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89%로 대처 시대 마지막 해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그는 “정부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국가부채는 언제든 큰 폭으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기업 개혁도 대처가 던진 화두다. 이호연 교수는 “대처는 과도한 공기업 민영화로 ‘팔지 말아야 할 것까지 팔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민영화는 지나치게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던 영국의 공기업을 개혁하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며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흔히 대처가 노동조합만 깼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대처가 한 얘기는 ‘기득권을 깨자’는 것이었다”며 “노조든 사용자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대처가 던진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대처는 모교인 옥스퍼드대가 경쟁력을 잃고 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자구 노력 없이 정부에 손만 벌리자 ‘정부 지원금을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혁으로 영국 경제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처 집권 초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영국 경제는 플러스 성장 기조로 돌아섰고 오일쇼크로 17%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떨어졌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 경제의 부흥을 이끈 대처리즘의 핵심을 ‘자기 책임’에서 찾았다. 민 교수는 “대처는 영국의 전성기인 빅토리아 시대의 자기 책임 정신과 절약 정신이 영국에서 사라지고 정부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봤다”며 “‘작은 정부’를 표방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당내 경선 때 내세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과 원칙은 세운다)’가 대처리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2004년 ‘대처리즘:자유시장 경제의 위대한 승리’라는 책을 펴낸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인물”이라며 대처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주용석/김주완/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