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금융자회사 매각] "정책금융공사 우리가 가져가야"…産銀·수출입銀 '여의도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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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구조개편 시동 (下) 정책금융공사 어디로
産銀 "민영화 전제로 떼어낸 것…재통합은 당연"
수출입銀 "수출 지원기능 있어야 프로젝트 수행"
産銀 "민영화 전제로 떼어낸 것…재통합은 당연"
수출입銀 "수출 지원기능 있어야 프로젝트 수행"
“정책금융공사(KoFC)의 수출기업 지원 기능을 수출입은행이 가져와야 한다.”
“당초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서 갈라진 것 아닌가. 다른 기관에 빼앗길 수는 없다.”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백지화하고 정책금융기관 재편 시동을 걸면서 바빠진 곳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다. 서울 서여의도 정책금융공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은행은 정책금융공사의 주요 기능을 자기들이 가져가야 한다며 벌써부터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8개에 이르는 정책금융기관을 한 지주회사로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가쟁명식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교통정리해야 할 정부는 ‘이제부터 논의하겠다’는 태평한 입장이다.
◆수은·산은 ‘여의도 대전’
정책금융기관 재편론은 2011년 초에도 불거졌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거론했다. 2009년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중소기업 지원, 수출기업 지원 등 기존 기관과 중복되는 일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금융기관의 기능 중복을 해소하자는 이야기가 무성했지만 정권 후반기여서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이후 수출입은행은 조금씩 영역 넓히기를 시도했다. 작년 11월 의원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수출입은행 이름을 ‘국제협력은행(KBIC)’으로 바꾸고 자본금을 8조원에서 (정책금융공사의 자본금과 똑같은) 15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1년 초과 중장기 보증 기능과 정책금융공사의 수출기업 지원 기능을 가져오겠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구상이다. 그래야만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영화를 전제로 정책금융공사를 떼어낸 것이니 산업은행이 도로 가져와야 맞다는 게 산업은행의 주장이다. 9일 취임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정책금융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산은금융그룹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산업은행 경영진과 직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직원들은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면 구조조정이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정책금융공사를 다른 기관에 합치는 대신 녹색금융공사나 선박금융공사, 해양금융공사 등으로 바꿔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통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산업은행 등이 공사 아래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금융지주회사 만들어야” 주장도
정책금융기관을 아예 지주사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 체계를 흔들기보다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을 조금씩 조절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정책금융공사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다른 기관의 기능을 총괄토록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해 ‘입장 없음’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제부터 정책금융기관 재편 태스크포스(TF)를 짜서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처 간 경쟁 구도 등으로 인해 청와대 뜻대로 정책금융기관 체제를 바꾸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상은/장창민 기자 selee@hankyung.com
“당초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서 갈라진 것 아닌가. 다른 기관에 빼앗길 수는 없다.”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백지화하고 정책금융기관 재편 시동을 걸면서 바빠진 곳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다. 서울 서여의도 정책금융공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은행은 정책금융공사의 주요 기능을 자기들이 가져가야 한다며 벌써부터 물밑싸움이 치열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8개에 이르는 정책금융기관을 한 지주회사로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가쟁명식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교통정리해야 할 정부는 ‘이제부터 논의하겠다’는 태평한 입장이다.
◆수은·산은 ‘여의도 대전’
정책금융기관 재편론은 2011년 초에도 불거졌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을 거론했다. 2009년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중소기업 지원, 수출기업 지원 등 기존 기관과 중복되는 일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금융기관의 기능 중복을 해소하자는 이야기가 무성했지만 정권 후반기여서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이후 수출입은행은 조금씩 영역 넓히기를 시도했다. 작년 11월 의원 발의로 국회에 상정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수출입은행 이름을 ‘국제협력은행(KBIC)’으로 바꾸고 자본금을 8조원에서 (정책금융공사의 자본금과 똑같은) 15조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1년 초과 중장기 보증 기능과 정책금융공사의 수출기업 지원 기능을 가져오겠다는 게 수출입은행의 구상이다. 그래야만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민영화를 전제로 정책금융공사를 떼어낸 것이니 산업은행이 도로 가져와야 맞다는 게 산업은행의 주장이다. 9일 취임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정책금융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산은금융그룹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정책금융공사와의 재통합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산업은행 경영진과 직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직원들은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면 구조조정이 이뤄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정책금융공사를 다른 기관에 합치는 대신 녹색금융공사나 선박금융공사, 해양금융공사 등으로 바꿔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통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산업은행 등이 공사 아래로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금융지주회사 만들어야” 주장도
정책금융기관을 아예 지주사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 체계를 흔들기보다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을 조금씩 조절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정책금융공사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다른 기관의 기능을 총괄토록 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해 ‘입장 없음’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주무부처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제부터 정책금융기관 재편 태스크포스(TF)를 짜서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처 간 경쟁 구도 등으로 인해 청와대 뜻대로 정책금융기관 체제를 바꾸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상은/장창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