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죽마고우 같은 팬 여러분, 공연장에서 추억 한잔 하죠
“부부도 25년 동안 함께 살면 우여곡절이 많을 텐데 저희라고 그런 일이 없었겠어요.” 데뷔 25주년 기념 앨범 ‘그르르릉!(GRRRNG!)’을 이달 말께 발표하는 2인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1·기타·사진 왼쪽) 전태관(51·드럼·오른쪽). 10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희생과 양보’를 꼽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신적으로는 (욕심을) 내려놓고 육체적으로는 (상대방보다) 조금 더 움직이는 것”(김종진)이 25년 동안 큰 갈등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둘이라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어요. 넷에서 둘로 줄어들면서 새로 멤버를 구할 생각도 했었는데 결국 그렇게는 못 했어요. 세 명이 되면 편이 나뉘면서 팀워크가 깨질 수 있으니까요.”(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은 1986년 김종진 전태관 유재하 장기호 4명이 고(故) 김현식과 함께 만든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 그 출발이다. 1988년 현재와 같이 두 명으로 새롭게 봄여름가을겨울을 만들고 1집 음반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발라드 중심이던 한국 대중음악계에 펑크 록 라틴음악 등이 접목된 퓨전 재즈를 내세웠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아웃사이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수많은 명곡을 냈다. 사반세기 동안 한국 대중음악계를 묵묵히 지켜오며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25주년 기념 앨범은 지난해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내놓은 결성 50주년 기념 음반 ‘그르르르!(GRRR!)’를 패러디했다. 롤링스톤스 앨범 표지의 혓바닥 내민 고릴라를 호랑이로 바꿨다. “둘 다 호랑이띠인 데다 한국의 동물이라고 하면 역시 호랑이 아니겠어요. 우리의 야성은 현재 진행형(~ing)이란 뜻을 추가해 그르르릉으로 정했습니다.”(김종진)

3장의 CD로 구성된 음반에는 1개의 신곡과 그동안의 대표곡들을 담을 계획이다. 라이브 실황 버전과 스튜디오 녹음 버전을 다양하게 섞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음반을 하나로 묶은 박스 세트도 한정판으로 함께 발매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내달 11~12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전태관은 “25주년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며 “우리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고 있을 1991년 라이브 앨범 곡을 그대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 12월3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의 공연을 담아 2장의 CD로 발매된 이 음반은 80만장이 팔려나갔다.

“공연에 오시기 전에 20~25년 전 우리 음악을 함께 즐겼던 분들과 ‘그땐 그랬지’라고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을 통해 옛 추억을 되새겨 보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김종진)

글=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