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6개월 동안 미성년자를 포함, 100여명의 여성을 농락한 상습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등 스마트폰의 고수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다수의 여성들을 유인, 성관계를 갖고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상습사기, 청소년 성매수 등)로 송모씨(24)를 구속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조사에 다르면 송씨는 지난해 8월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에서 A양을 알게 됐다. 송씨는 채팅 앱에서 대화를 나누던 도중 A양에게 “성관계를 맺으면 5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잠자리 후 송씨는 돌변했다. 돈을 요구하는 A양에게 자신이 촬영한 A양의 나체사진을 보여줬다. A양이 경찰에 신고할 것에 대비해 미리 무음 촬영이 가능한 앱으로 약점을 잡아둔 것. 그는 랜덤채팅 앱 중 ‘심톡’ ‘즐톡’ ‘펀톡’ 등을 활용해 여성과의 대화 증거도 없애는 치밀함을 보였다. 카카오톡과 달리 이런 랜덤채팅 앱은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아 증거가 남지 않는다. 송씨는 또 휴대폰 서비스로 피해자의 연락과 추적도 피했다. A양의 연락에 대비, 전화와 문자를 이용할 때 임의로 전화번호가 지정되는 ‘듀얼번호’ 서비스를 썼다.

경찰 관계자는 “심톡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증거자료가 남지 않아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를 수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송씨의 휴대폰에서 지워진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송씨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100여명에 가까운 여성에게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