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산업단지 보증섰다 재정 위기…나주·천안 등 20곳서 2조 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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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P 조달에 '휘청'
전남 나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자를 유치해 산업단지를 개발하다 재정위기를 맞게 됐다. 나주시는 왕곡동 일대 미래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초 서울의 금융중개업체 G사를 만났다. G사는 부국증권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나주시에 소개했고 나주시는 개발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에 채무보증 합의서를 써줘 SPC가 2000억원을 차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금융비용이었다. 합의서에 따라 시는 부국증권에 연 6.5%의 2년치 선이자 260억원과 어음발행 비용 5억원 등 총 265억원을 지급했다. G사에는 알선료 77억원을 지급했다. 시는 합의서에 따라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5월 말까지 2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 19% 지연이자로 매달 31억원을 내야 한다. 나주시가 연간 예산(4400억원)의 절반 가량을 보증했지만 분양률은 5%에 그쳐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 20여곳 차입금 2조원
지방자치단체가 민자유치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부실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의 산업단지 조성 실태를 분석한 결과 나주시 처럼 ABCP 발행을 통해 산업단지 개발에 나선 곳은 사업이 완료된 곳을 포함해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AB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르고 이 중 1조원 이상이 부실 우려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천안시와 함평군은 SPC의 채무보증으로 재정압박에 직면해 있다. 함평군은 금융중개업체 M사의 알선으로 부국증권의 ABCP 550억원을 동함평산단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였다.
함평군은 연 6.4%의 2년치 선이자 70억원과 투자자문료 16억5000만원을 증권사와 M사에 지급했다.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 매년 34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천안시도 ABCP 자금을 썼다가 분양 부진으로 세 차례 보증연장을 하며 수백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했다.
특히 음성군은 생극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420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가 특혜논란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군포시(부곡첨단)를 포함해 5~6개 지자체들도 ABCP를 활용하기 위해 증권사와 협의하고 있다.
○허리 휘는 지자체
지자체들이 앞다퉈 ABCP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저축은행 사태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금융권에서 산업단지 개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서 비롯됐다.
ABCP가 기업의 부동산 및 자산담보 채권인 ABS에 비해 금리가 낮은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ABCP의 이자율은 5.5~6.5%다. 부동산담보대출(3~4%)에 비해서는 높지만 산업단지를 개발하려는 지자체로서는 좋은 대안이었다.
중개업자들은 나주와 함평 칠곡 등에서 최고 수십억원을의 중개수수료만 챙겨 재정을 압박했다. 분양가 인상을 부추겼고, 이는 분양률 저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지자체들은 “마땅한 재정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산업단지 개발에 나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무리한 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ABCP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이 이런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는 “국가 산업단지도 부도 등으로 군데군데 빈 곳이 많은데 지자체들까지 나서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개발해서는 안된다”며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소규모 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천/대전/대구/광주=김인완·임호범· 김덕용·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
문제는 금융비용이었다. 합의서에 따라 시는 부국증권에 연 6.5%의 2년치 선이자 260억원과 어음발행 비용 5억원 등 총 265억원을 지급했다. G사에는 알선료 77억원을 지급했다. 시는 합의서에 따라 2년 만기가 도래하는 오는 5월 말까지 20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 19% 지연이자로 매달 31억원을 내야 한다. 나주시가 연간 예산(4400억원)의 절반 가량을 보증했지만 분양률은 5%에 그쳐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단지 20여곳 차입금 2조원
지방자치단체가 민자유치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부실 주의보’가 내려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의 산업단지 조성 실태를 분석한 결과 나주시 처럼 ABCP 발행을 통해 산업단지 개발에 나선 곳은 사업이 완료된 곳을 포함해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ABCP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규모가 약 2조원에 이르고 이 중 1조원 이상이 부실 우려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천안시와 함평군은 SPC의 채무보증으로 재정압박에 직면해 있다. 함평군은 금융중개업체 M사의 알선으로 부국증권의 ABCP 550억원을 동함평산단 개발자금으로 끌어들였다.
함평군은 연 6.4%의 2년치 선이자 70억원과 투자자문료 16억5000만원을 증권사와 M사에 지급했다. 차입금을 상환할 때까지 매년 34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천안시도 ABCP 자금을 썼다가 분양 부진으로 세 차례 보증연장을 하며 수백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했다.
특히 음성군은 생극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420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가 특혜논란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군포시(부곡첨단)를 포함해 5~6개 지자체들도 ABCP를 활용하기 위해 증권사와 협의하고 있다.
○허리 휘는 지자체
지자체들이 앞다퉈 ABCP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저축은행 사태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금융권에서 산업단지 개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서 비롯됐다.
ABCP가 기업의 부동산 및 자산담보 채권인 ABS에 비해 금리가 낮은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ABCP의 이자율은 5.5~6.5%다. 부동산담보대출(3~4%)에 비해서는 높지만 산업단지를 개발하려는 지자체로서는 좋은 대안이었다.
중개업자들은 나주와 함평 칠곡 등에서 최고 수십억원을의 중개수수료만 챙겨 재정을 압박했다. 분양가 인상을 부추겼고, 이는 분양률 저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지자체들은 “마땅한 재정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산업단지 개발에 나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무리한 산업단지 개발과 함께 ABCP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이 이런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는 “국가 산업단지도 부도 등으로 군데군데 빈 곳이 많은데 지자체들까지 나서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개발해서는 안된다”며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소규모 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인천/대전/대구/광주=김인완·임호범· 김덕용·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