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보미 ‘애프터이미지’, 김지현 ‘달항아리 테이블’, 노일훈 ‘라미’
왼쪽부터 박보미 ‘애프터이미지’, 김지현 ‘달항아리 테이블’, 노일훈 ‘라미’
가구 디자이너 노일훈 씨(35)는 세계 최대 규모 가구전시회 ‘밀라노 가구박람회’ 주최 측으로부터 지난해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가구박람회 부대 전시행사로 열리는 ‘사텔리테’의 초청을 받은 것. 노씨는 지난 9일 개막한 ‘제52회 밀라노 가구박람회 사텔리테’에서 탄소 섬유로 만든 의자 ‘라미’를 선보였다. 그는 “탄소 섬유는 철보다 훨씬 견고하면서도 가볍다”며 “특이한 소재로 기능성을 강화하고 나뭇가지와 같은 느낌의 디자인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행사 기간에 미국 가구 유통업체와 이탈리아 디자인업체 등이 계약 체결을 제안했다.

올해 사텔리테에 참가한 한국 신인 디자이너는 모두 7명이다. 이들은 색다른 아이디어로 박람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보미 씨(29)는 수십 개의 철선을 손으로 하나씩 용접해 만든 테이블 ‘애프터이미지’를 내놨다. 그는 “선들을 겹쳐 제작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명 디자인 잡지인 마리클레르, 디자인붐 등에선 그의 작품을 행사의 이색 디자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 디자인 전문기업 ‘바이마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화성 씨(33)는 나무봉을 이용해 캐비닛을 제작했다. 부피를 마음대로 줄일 수 있고 일반 빗자루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를 사용해 비용도 줄였다.

김지현 씨(26)는 인조대리석으로 달항아리 모양의 테이블을 만들었다. 김씨는 “내부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살아숨쉬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현진 씨(31)와 김재경 씨(30), 박은지 씨(30)는 한 팀을 이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책장과 안락의자를 선보였다. 일본 가구업체 무지루시료힌 등이 이들이 내놓은 작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김재경 씨는 “디자이너와 기업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면 전 세계를 무대로 K가구 열풍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